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동안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미국이 러시아의 WTO 가입을 원칙적으로 동의함에 따라 '세계 무역계 공식 데뷔'를 위한 러시아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CNN 등 주요 외신들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미국이 13년간 끌어온 WTO 가입 협상에 합의점을 찾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11월18∼19일) 중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게르만 그레프 러시아 무역·경제부 장관은 "좀더 다듬어야 할 세부적 사안들이 남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상태"라고 밝혔다.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양측 대표단이 원칙엔 이미 합의했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러시아의 일간 코메르산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방문에 앞서 15일께 모스크바에 들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잠시 회동한 뒤 마지막 세부 협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APEC 정상회담 기간 중 이런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양국의 합의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WTO 가입을 위한 미국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그동안 13년이란 진통이 있었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양자 협상에서도 러시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꺼리면서 미국과 마찰을 일으켰다.

미국 역시 인터넷이나 비디오 저작권 침해 등을 문제 삼으며 러시아의 WTO 가입에 부정적 의견을 보여왔다.

그러던 미국이 입장 변화를 보인 데는 최근 고유가 등을 바탕으로 급속히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러시아의 입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러시아를 세계 경제계로 끌어들여 무서운 기세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뜻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선 WTO 가입을 위한 최대 장벽이 해소되면서 세계 경제계에 합류하기 위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러시아는 몇 달 내로 전체 WTO 회원국들과의 포괄적 협상을 모두 마무리지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WTO 비회원국으로는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게 되면 무역 확대 등의 효과로 세계경제가 1조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

미국 정부가 동의하더라도 의회에서 합의안을 승인하는 절차가 남아 있으며,당초 러시아의 WTO 가입을 지지했던 그루지야가 최근 이를 철회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가 지난 9월 말 자국 장교 4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자 그루지야에 공급하는 가스 값을 인상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등 최근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