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안경점 서점에 이어 꽃집 자동차정비 동물병원까지….대형마트(할인점) 속 테넌트 매장(독립점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식료품 생필품 등을 얼마나 싸게 팔고 있느냐 뿐만 아니라 어떤 점포가 '원스톱 쇼핑'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고객 유치의 관건이 되면서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테넌트 매장을 늘리고 있는 것.

◆테넌트 매장 4년 새 4배 증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전체 테넌트 매장 수는 2002년 600여개에서 △2003년 1000여개 △2004년 1200여개 △2005년 1700여개에 이어 11월 현재 2500여개로 급격히 불어났다.

4년간 홈플러스 점포 수가 21개에서 51개로 2.5배 증가한 데 비해 테넌트 매장 수는 네 배가량 불어난 것.

롯데마트도 점포당 테넌트 매장이 차지하는 공간 비중이 2002년 10.2%에 불과했으나 △2004년 13.3% △2005년 16.6% △2006년 20.4%로 꾸준히 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1993년 문을 연 창동점(영업면적 1300평)은 안경점 사진관 등 두 곳의 테넌트를 입점시키는 데 그쳤지만 올초 개점한 죽전점(5460평)엔 24곳의 테넌트 매장이 들어섰다.

김병섭 이마트 테넌트 팀장은 "가격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체마다 핵심 테넌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예전 백화점이 제공했던 '원스톱 쇼핑'의 기능을 대형마트가 맡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길거리 상인들 '수난시대'

상인들 입장에서도 '대형마트 내에 점포를 내면 최소한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웬만한 상권에서는 임대료 빼고도 최소한 300만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들어오려고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테넌트 매장은 대형마트 입장에서도 '효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출면에선 대형마트가 직매입해 판매하는 '계산대 안쪽' 품목들이 더 낫지만 순이익으로 따지면 '계산대 바깥쪽'에서 벌어들이는 임대료와 수수료가 더 짭짤하다"고 털어놨다.

입점 업체와 대형마트들은 이처럼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대형마트 인근 지역 상인들은 '수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워낙 다양한 테넌트 매장이 들어서다 보니 대형마트 반경 2km 안에선 '해먹을 만한 장사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마트 죽전점만 해도 푸드코트를 비롯 자동차정비 서점 게임센터 동물병원 미용실 네일바 피부관리실 사진관 화원 약국 안경점 수선점 열쇠전문점 디자인용품숍 여행사 놀이방 등의 테넌트 매장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형마트의 지방 진출에 따라 가는 관행도 지역 상인들을 소외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점을 반영해 지방에 점포를 낼 때 테넌트 매장이 들어설 곳의 10% 정도를 지역 상인들에게 배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