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손해보험업계 간에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보장범위 축소로 이미 해당 상품을 팔고 있는 손보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데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 번도 손보업계 의견을 듣지 않았다"며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차례 업계 의견을 들었으며 정책 결정이 불리하게 이뤄지자 본질을 벗어나는 문제로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제 사태는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누구 말이 맞나

손보협회 관계자는 13일 "정부의 결정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관련업계 의견을 듣지 않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고 비난했다.

지난 7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의료산업 선진화전략 보고회의'에서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실손형 보험상품은 금지키로 방향이 결정됐다는데 그 전까지 그런 결정의 가장 큰 피해자인 손보업계의 의견은 공식이나 비공식 통로를 통해 전혀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방향을 다 결정해 놓고 '대통령 지시 사항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데 어떻게 대화가 되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설명은 다르다.

7월 대통령 회의 전에 수차례 관계 부처 실무 협의나 분야별 전문가 회의를 통해 손보업계 의견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름을 댈 수는 없지만 손보협회에서도 회의에 참석했다"며 "의견 수렴이 안 됐다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소송전으로 비화 조짐

손보협회 등은 이번 정책결정이 과정상의 오류를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민영 의료보험으로 인한 건보 재정 부담 등을 과대 포장하는 등 잘못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 총체적인 '부실 정책'이라며 항의 시위와 광고전을 벌이고 있다.

또 보험의 보장 범위에서 법정 본인부담금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민간 보험사의 자유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며 입법화가 강행될 경우 헌법소원 제기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강경한 입장이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입법예고 과정 등을 통해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으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며 "손보업계는 비급여 부문을 활용한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상품은 수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유 장관의 주장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위해 오도하는 발언"이라고 즉각 반발,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