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相鐵 < 산업기술대 교수·산업기술정책 >

우리나라의 공과대학 교육은 광복 이후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에서의 공학교육이라는 것은 일본의 전문기술자를 보조하는 업무만을 취급하는 하급교육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술 종속화를 고착화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기술선진 국가에서의 공학교육은 사뭇 다르다.

산업혁명을 통해 산업화를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의 경우 공학의 기원은 자연과학을 반대해 온 옥스퍼드대에서 몇몇 교수가 케임브리지대로 옮겨 자연과학 중심의 대학을 설립한 데서 시작했다.

이러한 일부 선각자(先覺者)들의 영향으로 자연과학이 사회적 생산에 기여하면서 영국의 산업혁명은 그 꽃을 피웠다.

후발산업국가인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에는 자국의 산업생산 능력이 당시 최고 선진국인 영국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공학교육을 강화해 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자원을 배출하는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독일을 중심으로 북유럽 대학에는 일반종합대학에 공과대학이 포함되지 않고 독립적인 대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독일에서는 베를린자유대학과 베를린공과대학이 분리돼 있고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스톡홀름대학과 왕립공과대학이 분리 운영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공과대학을 대표하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도 북유럽대학과는 달리 사립대학이지만 공과대학으로 시작해 발전해온 배경을 갖고 있다.

이처럼 근대의 산업화와 현대의 후기산업화 및 지식경제 구조를 창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공학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첫째는 공학교육 후 취업문제이며 타 분야 전문업종에 비해 상응하는 보수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취업 후 고용불안정에서 오는 사회적 불안이며,셋째는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공학을 전공한 전문기술인이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일반적 공감대(共感帶)가 퍼져 있다.

이런 까닭에 국내 대학의 입학생들이 공과대학을 기피하고 특정전문직이 가능한 학과를 선호해 전공을 전환하는 사례를 우리는 자주 보아왔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현상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중대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수출과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상회하는,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즉 무역에 의존하지 않으면 국가의 부(富)를 더욱 확대 재생산하는 데 한계점을 보이며,이는 선진국 진입에도 커다란 장애점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그럼 부존자원(賦存資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무엇으로 무역의 양을 증대시키고,또 그보다 더 중요한 무역을 통한 부가가치를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을까.

당연히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통한 기술력 개발을 바탕으로 산업을 고도화하며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길이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이는 미국,서유럽,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 10만명당 고급기술자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미국 및 서유럽 국가들은 1960년대부터 공학교육에 경제 및 경영교육 과정을 도입해 공학도가 기술경영의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개인의 판단에 따라 스스로 기술창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 여건을 갖추고 있다.

즉 공학도의 미래선택을 다변화시켜서 지식경제체제 구축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 공학교육을 대표한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부과정으로 경제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공대생에게 창업가정신이 무엇인지 교육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또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비즈니스 포럼도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계기들이 위축된 공학도들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상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