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철산역 상권은 주변 13개 아파트 단지(약 2만6000가구)를 기반으로 형성돼 있다.

철산동은 과거 상습 침수지역으로 광명시에서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87년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광명시의 중심 상권으로 성장했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인접한 구로공단의 근로자들이 퇴근 후 이곳을 찾으며 음식점 술집 등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봉준 철산중앙시장 관리단 회장은 "구로공단 내에는 제대로 된 유흥업소가 부족했기 때문에 저녁 시간만 되면 공단 근로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면서 "특히 90년대 중후반 서울에 심야영업 제한시간이 생기자 많은 직장인들이 제한시간이 없는 이곳 유흥가를 찾으며 크게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0년 8월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이 개통된 것도 이곳 상권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철산역 상권은 크게 지하철 철산역 1,2번 출구를 중심으로 한 대로변 상권과 프라임 아울렛 골목으로 형성된 '음식,문화의 거리'로 나눌 수 있다.

대로변 상권에는 피자헛 버거킹 등 유명 프랜차이즈와 대형 빌딩 내에 자리한 병원 학원 등이 위치해 있다.

1층 기준으로 2억원 이상의 높은 권리금이 형성된 이 지역은 인근 직장인들과 관공서 직원들이 주요 고객이다.

철산역 상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음식,문화의 거리는 고깃집 감자탕집 등의 먹거리 업소와 일본식 선술집,유흥주점 등이 집중돼 있다.

간간이 중·고생들을 상대로 한 액세서리 가게와 속옷집 등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 15년간 가게를 운영해 온 박설희 철산 뼈다귀감자탕 사장은 "주변에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고객층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면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1.5배 정도 더 높다"고 말했다.

황춘수 상가번영회 총무는 "이곳 상권에는 현재 670여개의 업소가 위치해 있는데 배후 수요에 비해 상가 수가 적어 광명시 최고의 황금상권으로 불린다"면서 "주중에는 직장인과 중·고생,주말에는 가족 단위의 고객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상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3년 무렵부터 구로공단 내에 위치한 공장들이 지방으로 대거 이전하며 현재 철산역 상권도 위기를 맞고 있다.

주 고객이었던 공단 근로자들이 줄어든 것은 물론 2004년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단지로 이름이 바뀌고 개발이 이뤄지면서 많은 편의시설이 그곳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이 구로디지털단지 내에 생기며 철산동 주민들까지 흡수한 것도 철산역 상권의 쇠퇴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다.

특히 철산역 상권의 랜드마크로 통하던 대형 마트(할인점) '클레프'가 2002년 '프라임 아울렛'으로 개명하고 증축 공사를 하다 부도가 난 것이 상권에 악영향을 미쳤다.

현재까지도 프라임 아울렛은 흉물스런 모습으로 방치돼 있어 철산역 상권의 큰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지난 6월 말 철산 주공 2·3단지와 하안주공 본1·2단지 등 4개 단지가 재건축 지구로 지정돼 6300여가구가 빠져나간 것도 인근 상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박윤방 중원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철산역 상권은 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최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지금은 여러 악재가 겹쳐 있는 상태"라며 "2억~3억원 정도의 권리금을 받던 자리가 현재는 1억5000만원 정도로 줄었고 층수가 높은 매장 중에는 권리금이 없어진 곳도 생겼다"고 전했다.

황춘수 총무 역시 "이곳이 다른 지역보다는 알짜배기 상권임이 분명하지만 주차난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상권 전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박신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