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사 처리기간 21개월(2004년)→10개월(올해 말)로 단축'(특허청) '연간 발표 논문 97편→307편으로 증가'(국립산림과학원) '병원 서비스 만족도 74점→90점으로 상승'(국립의료원) '운전면허증 발급 시간 4시간→15분으로 단축'(운전면허시험관리단) '올해 진료 환자수 7.3%,수입 22.1% 증가'(경찰병원)….

책임운영기관이 정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공조직 혁신 방안의 하나로 올해에만 27개 정부기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하는 등 책임운영기관 제도를 확대·운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 기관이 정부 조직 혁신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도 할 전망이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정부 조직이면서도 업무가 집행이나 사업적 성격이 강해 행정 효율 및 대국민 공공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인사 예산 등과 관련,운영(기업으로 치자면 경영) 자율권이 주어진 곳을 말한다.

2000년 국립의료원 국립중앙극장 해양경찰정비창 등 10곳을 시작으로 출범한 국내 책임운영기관은 현재 모두 45곳.2001년 국립산림과학원 축산연구소 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13개 기관이 추가됐다.

특히 지난 5월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특허청이 새로 포함되는 등 올해에만 27곳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국립식물검역소 등 5곳은 폐지됐다.

이들 책임운영기관이 보여준 성과는 상당하다.

무엇보다 대국민 서비스 품질이 크게 좋아졌다.

초창기 멤버인 국립의료원은 책임경영기관 지정 이후 바로 진료 시스템을 환자 중심으로 전환했다.

진료 시간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같이 점심시간 2부제를 도입,진료 공백을 줄였다.

진료 체계도 질환 중심으로 개편,건강증진센터 호흡기센터 감염병센터 등을 오픈했다.

이 결과 환자들의 불필요한 이동이 크게 줄었고 전문적인 상담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올초 책임운영기관으로 선정된 경찰병원은 올 들어 10월 말까지의 진료 환자수가 35만1051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7.3%나 증가했다.

지난달까지의 올해 병원 수입도 375억원으로 작년보다 22.1%나 늘어났다.

적정 진료,다양한 IT시스템 도입 등으로 병원 신뢰도를 높인 상황에서 올해 책임운영기관 전환과 함께 우수 의료진 확보 및 첨단 의료장비 도입에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01년 책임운영기관이 된 이후 연구소 운영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연구성과 평가관리 시스템을 통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졌고 개인의 성과가 데이터베이스화되면서 업무 효율성도 30% 이상 높아졌다는 게 과학원측 설명이다.

특히 국민과 연결된 국가연구기관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연구 방향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었다.

홈페이지에 국민제안 코너를 신설,연구 내용을 제안받아 매년 10여건을 연구 과제로 선정하고 있다.

우수 책임운영기관에서 이 같은 성과를 확인한 정부도 책임운영기관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올해 초 26개 기관에 이어 지난 5월 특허청까지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시킨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특허청의 경우 성과제도 재택근무 등을 통해 2004년 21개월 걸리던 특허심사 처리 기간을 지난해 말 현재 17.6개월로 줄이는 등의 뚜렷한 서비스 실적을 올리면서 일반 중앙행정기관보다는 운영 자율권이 주어지는 책임운영기관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케이스다.

정부는 또 내년에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2개 기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장기적으로 통계청 기상청 우정사업본부 등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1980년대 후반 영국이 관료 조직의 군살을 빼고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 기관을 대거 책임운영기관으로 바꾼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

제도적으로는 책임운영기관에 자율권이 주어져 있으나 실제로는 행정자치부나 기획예산처,중앙인사위원회 등 중앙관리기관과 소속 부처로부터 받는 제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도림 충남대 교수는 최근 열린 세미나에서 "책임운영기관에 대한 인사 조직 예산상의 자율권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사후 평가와 검증은 보다 철저히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