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운영기관(Executive Agencies) 제도는 관료화된 정부 조직을 유연하게 하고 공공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1980∼1990년대 선진국들에서 잇따라 도입됐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1988년 이 제도를 처음 끌어들인 영국은 현재 전체 공무원의 71%가 책임운영기관에 소속돼 있을 정도다.

기관 수도 100개에 달한다.

영국의 책임운영기관 제도는 1970년대 저성장·고실업,저생산성·고임금,과다한 규제 등으로 정의되는 이른바 '영국병'을 고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채택됐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장경제 활성화,작은 정부 구현,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규제 철폐 등을 추진하던 대처(마거릿 대처 총리) 정부는 1988년 '넥스트 스텝스 계획(Next Steps Program)'에 따라 비대해진 정부조직 운영에 효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 제도를 고안한다.

거대한 정부 조직이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실제 국민들에게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며 집행 및 사업 성격이 강한 정부 조직을 대거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한 것.

88년 차량검사국을 출발점으로 시작된 책임운영기관 전환 작업은 1997년까지 10년간 이어졌다.

직업알선센터 중앙정보지원청 화폐주조청 등 집행 성격이 짙은 조직은 물론이고 국립통계청 관세청 국세청 왕립기소청 중대부정기소청 등 독립성을 갖는 핵심 기관들도 '넥스트 스텝스 기관'으로 분류됐다.

작년 말 현재 영국의 책임운영기관 수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83개,스코틀랜드 17개 등으로 100개에 이른다.

이들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수도 전체 공무원의 71%인 37만6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정책 수립과 명확히 구분되는 집행적 기능을 담당하고 독립적으로 운영 가능한 기관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선정하는 영국은 관할 중앙부처 장관이 해당 책임운영기관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각 기관별로 적합한 운영 방식을 택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영국은 각 중앙부처 실·국장으로 하여금 각 책임운영기관의 '후견인' 역할을 맡도록 해 중앙부처와 책임운영기관 간 의사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는 1989년 5개 기관을 시작으로 책임운영기관 제도 시행에 나섰다.

현재 특허청 정부기록보존소 여권관리국 등 19개 기관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한 상태다.

소속 공무원 수는 6000여명으로 전체 연방공무원 수의 4% 수준이다.

영국과 같이 중앙부처 내 기관으로 운영하고 있고 관할 부처 장관에 의해 지정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행정 효율성 제고는 물론 공공부문 축소 목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1997년 '독립행정법인화 계획'을 마련한 이후 2001년 4월 국립미술관 국립환경연구소 등 60개 기관을 독립 행정법인으로 선정,예산 인사 등의 운영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조폐·인쇄사업,국립병원,국립대학 등을 추가로 책임운영기관 형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992년 이 제도를 도입한 뉴질랜드는 2600여개 교육기관을 포함해 2700여개가 책임운영기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은 특허청 학생재정지원청 등 9개 기관이 책임운영기관과 비슷한 성과중심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