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인'수쿠크(sukuk)'가 아시아 경제성장의 자금줄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고유가로 지갑이 두둑해진 중동지역 무슬림(이슬람교도) 투자자들을 겨냥,수쿠크를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수쿠크는 이자받는 것을 금기시한 이슬람 경전 코란의 정신에 따라 이자가 아닌 수익금을 배당금 형태로 받는 채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국가들이 쇼핑몰 발전소 등 대형 공사와 각종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기존 자금시장에서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새로운 자금원으로 수쿠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에 따르면 동아시아 21개 개발도상국들이 향후 5년 동안 인프라에 쏟아부을 자금 규모는 연간 2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80%는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내년에 처음으로 2억달러 규모의 수쿠크를 발행할 계획이다.

쿠웨이트파이낸스하우스(KFH)가 발행 업무를 맡아 걸프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중국 한 전력회사의 투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일본 재무부 산하 국제협력은행(JBIC)도 올해 안에 말레이시아에서 4억달러규모의 수쿠크를 발행키로 했다.

이는 선진7개국(G7) 가운데 처음이다.

이슬람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도 수쿠크 발행에 적극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독한 교통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카르타 모노레일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수쿠크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건이 거의 성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국영전력회사 페루사한 리스트릭 네가라는 올해 계획했던 15억달러 발행이 세금 문제로 좌절되자 내년에 다시 추진키로 했다.

이처럼 수쿠크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은 과거엔 아시아 각국 정부가 대형 공사 자금을 쉽게 제공했지만 이제는 서방국가 정부들처럼 투자 위험을 민간에 넘기려 하고 있어 그만큼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대형 공사 관련 대출이 과도해지는 것을 꺼리고 있어 이것의 대안으로 수쿠크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편 중동지역에서도 수쿠크 발행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즈니스와 관광 허브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건설 공사가 크게 늘어나고 이에 따라 자금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이슬람금융 책임자인 라프 하니프는 "향후 2∼3년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의 인프라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고 이 중 30%는 수쿠크를 통해 자금이 조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 용어풀이 ]

수쿠크(sukuk)=이슬람채권. 이슬람 경전 코란은 '리바(riba)',즉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무슬림들은 원칙적으로 채권 투자를 할 수 없다.

이슬람채권은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주는 대신 투자금으로 벌인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한다.

코란이 부동산 투자나 자산 리스 등 실체가 있는 거래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무슬림들에게 채권 투자의 길을 열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