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일단 무산됐다.

열린우리당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하려했으나 한나라당이 전날부터 시작한 본회의장 의장석 점거를 풀지 않고 강력 저지해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16일 본회의를 다시 소집해 임명동의안 처리를 시도키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때까지 본회의장 점거를 계속하고,다른 의사 일정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파행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날 본회의장 주변은 하루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오전부터 소속 의원 139명 전원에게 국회 주변에 대기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임명동의안의 직권 상정과 질서유지권 발동을 건의하는 등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한나라당도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개조로 나눠 2시간씩 교대로 본회의장 단상 양쪽 입구를 의자로 막은 뒤 버티고 앉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보좌관들은 본회의장 출입문 주변에 헌법과 민법 등 법령집을 쌓아놓은 뒤 '헌법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는 유인물을 들고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양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 소재를 놓고서도 설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한나라당은 단상 점거를 '성전'(聖戰)이라고 하는데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마비시키는 게 성전이냐"고 비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은 의회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부정"이라며 "한나라당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번엔 헌법수호 의지를 명확히 보여줄 것"이라고 맞섰다.

나경원 대변인도 "물리적 수단이 모자라면 물리외적 수단까지 동원해서 헌정질서 파괴 행위를 단호히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강경 대치 속에 임명동의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비교섭 야3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와 긴급 회동을 갖고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표결에 참여해 각각 반대표와 찬성표를 던지기로 방향을 잡았고,국민중심당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

한편 전 후보자 동의안 처리와 관계없이 열린우리당은 16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김장수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야3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협조를 얻어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전 후보자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불참키로 해 청문회 파행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식·강동균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