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책 DVD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저작권도 리눅스처럼 개방돼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개방돼야 디지털 콘텐츠 분야가 발전한다.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보안비용을 쓰고 있는가. 너무 소모적이다. 리눅스의 개방정신은 디지털 콘텐츠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

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리눅스 전도사 리처드 스톨만(53)은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강연에서 "저작권을 개방하는 리눅스 정신은 이제 운영체제 소스공개 논쟁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로 확산돼야 한다"고 주창했다.

저작권(copyright)에 반대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운동을 주도해온 스톨만은 국내 해커들의 보안커뮤니티인 '시큐리티프루프'초청으로 방한했으며 18일 연세대에서 또 한차례 강연할 예정이다.

스톨만은 "리눅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를 비교하는 질문을 더이상 하지 말라"고 말한 뒤 "리눅스 정신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논쟁에서 벗어나 보다 더 넓은 분야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리는 이사람 저사람을 거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맛있게 개발된다"면서 "음악 DVD 책 소프트웨어 등 사회적으로 널리 사용돼야 하는 것들은 리눅스처럼 저작권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리눅스의 부상에 대해 그는 "윈도같이 저작권이 설정돼 있는 폐쇄적인 운영체제를 뚫고 들어가려는 범죄자와 이를 막으려는 보안업체들의 노력이 얼마나 소모적인 것이냐"며 "리눅스에는 이런 문제가 원천적으로 없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리눅스 진영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등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들은 최근 리눅스 진영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스톨만은 1953년 미국 뉴욕 태생으로 하버드대와 MIT를 거쳤고 한때 해커로 활약하며 전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그는 1985년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을 설립해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저작권을 다른 사람들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공개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인 소스코드를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것을 말하며 리눅스가 대표적이다.

이날 강연이 끝난 뒤 스톨만은 대학생 해커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강연 후 학생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드는 바람에 강연장이 어수선해질 정도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