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계에서 여성들이 잇달아 권력의 정상에 오르거나 최고의 권좌를 넘보면서 남성 주도의 정치판에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사회 각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남녀평등을 자랑하면서도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중이 12%에 그칠 정도로 정계의 '우먼 파워'가 약한 프랑스에서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케이스가 나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 제1야당인 사회당은 16일 열린 대선후보 경선에서 1년 전만해도 중앙정치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여성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53)을 당내 후보로 선출했다.

루아얄은 내년 4월 치러질 대선에서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과 일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루아얄이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르코지를 꺾을지는 불투명하지만 루아얄의 부상으로 프랑스 내에서 여성 정치인의 위상과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선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영국 최초이자 유럽 최초의 여성 총리를 기록하면서 '여성 지도자 시대'를 연 이후 최근 들어서 여성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앙겔라 메르켈이 남성들이 득세하던 기민-사민당 연합에서 에드문트 슈토이퍼 기사당 당수를 누르고 2차대전 이후 독일 첫 여성 총리에 올랐다.

정치권의 여성바람은 상대적으로 북유럽에서 더 강한편이다.

노르웨이에서는 내과의사 출신인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가 1981년 역대 최연소 여성 총리에 오른뒤 세 차례나 연임하면서 노르웨이 정계에서 여성 파워를 크게 강화시켰다.

보수적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도 1990년 인권변호사 출신인 메리 로빈슨이 46세의 나이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한편 미국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16일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원내 대표를 내년부터 임기를 시작할 차기 하원 의장에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