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영향력은 1990년대 한국 경제학계의 지형도 바꿔놓았다.

그가 몸담았던 시카고대나 시카고학파의 학풍이 강한 대학에서 거시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속속 귀국하면서 케인스학파 일색이던 국내 경제학계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한국의 시카고학파'로 부를 수 있는 대표적 학자로는 프리드먼 교수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김인철 교수(성균관대)를 비롯 시카고대 출신의 이지순·김대일 교수(이상 서울대),김동주 고려대 교수,조하연 연세대 교수,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 선임 연구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시카고대를 나온 경영학자로는 김병도·최혁 교수(서울대),하영원 서강대 교수가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승윤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도 시카고대 출신이다.

재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과 함께 대를 이어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영호 SK㈜ 부사장과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도 시카고대 출신이다.

시카고학파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이 일군 자유주의적 경제사상과 철학을 믿고 따르는 일군의 학자들을 통칭한다.

역시 시카고대 출신인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미국 로체스터대,미네소타대,UCLA 등에서 특히 시카고학파가 강하다"고 소개했다.

1999년엔 일부 학자들이 '한국 하이에크소사이어티'를 결성해 시카고학파의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한국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은 김영용 전남대 교수가 맡고 있다.

이지순 서울대 교수는 "경제사상들 간의 융합이 많이 이뤄지면서 누구를 시카고학파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면서도 "시장주의와 자유주의의 근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