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지난 6월에 이어 '창구지도' 형식으로 또다시 주택담보대출의 총량규제에 나섬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신한 등 일부 은행은 17일부터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긴급 실수요 자금에 대해서만 본점 승인을 거쳐 선별적으로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대출 수요를 단순히 다음 달로 이월시키는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 금융계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대출 총량규제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극약 처방'으로,관치에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15대책 효과 극대화 위한 '극약처방'

금융감독원의 이번 조치는 일부 건설사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함께 15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초강수 압박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6일부터 7개 은행을 비롯한 33개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현장점검을 실시하면서 간접적으로 대출규제 압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추가적인 주택담보대출 규제 적용을 앞두고 가수요가 몰리면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5224억원으로 지난 10월 증가액인 2조7574억원에 육박했다.

○긴급자금 외 사실상 신규대출 '올스톱'

금융당국이 각 은행에 요구한 11월 주택담보대출 취급한도는 △국민 신한 우리은행 각 6000억원 △농협 3500억원 △하나은행 2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각 은행의 1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5일 현재 △국민 6355억원 △신한 6915억원 △우리 3975억원 △농협 2817억원 △하나 1721억원이다.

이에 따라 이미 한도를 넘긴 국민과 신한은행은 사실상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했으며 다른 은행들도 극히 신중한 자세다.

신한은행은 이날 각 지점에 업무연락을 보내 "주택시장 안정화 및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신규 및 잔금대출 취급을 일시 중단한다"며 "꼭 해야 할 경우엔 액수에 관계없이 본부 승인을 받을 것"을 지시했다.

기존 대출금의 기간연장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겠지만 신규대출은 극히 선별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행도 투기과열지역의 경우 아파트 매매 계약이 체결됐거나 잔금 일정이 긴박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선별적으로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이 밖의 대출 수요는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된다.

농협 관계자도 "11월 남은 2주 동안 1000억원 이내로 대출 증가분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미 대출 예약된 금액이 500억원이 넘는 만큼 신규상담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한도가 남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일단 정상적인 영업을 하면서 대출 추이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대출수요 이월…약발은 '일시적'

이번 조치의 약발은 일시적이라는 게 금융계의 견해다.

'창구지도'형식을 빌린 감독당국의 대출총량 규제는 지난 6월에 이어 사실상 두 번째다.

당시에도 일시적 효과만 보였을 뿐 이후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올해 4월과 5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각각 3조1342억원,3조1461억원에 달했으며 6월에는 당국의 규제가 가해지면서 2조1874억원으로 둔화됐다.

7월에는 2조3513억원,8월 1조3032억원으로 더 둔화됐으나 9월에는 2조5611억원,10월 2조7574억원 등으로 다시 증가폭이 커졌다.

또한 이번 총량 규제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 조치여서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총량 규제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금융통화위원회를 제쳐놓고 감독당국이 간접적으로 대출총량을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성완·유병연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