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로서의 경제적 의미도 물론 있겠지만 우리로서는 북핵관련 6자회담 참가국 정상과의 회담이 무엇보다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 일본 러시아와의 양자 정상회담, 그리고 한·미·일 3자 정상회담에서 논의(論議)될 가장 핵심적 의제는 말할 것도 없이 북핵 문제란 점에서 그렇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초래된 위기가 베이징 북·미·중 회동으로 어느정도 수그러진 분위기이지만, 이를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작업으로 어떻게 이어가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북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고,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은 참여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APEC 정상회의는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관계국들과 사전조율을 할 수 있는 더할 수 없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마침 부시 미국 대통령도 6자회담 성공을 바란다며 협상을 통한 북핵사태 해결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 그동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간 오해가 있었다면 깨끗이 해소(解消)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 역시 그동안 소원한 감이 없지 않았던 3국간 동맹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거듭 말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좋은 기회다. 대통령 정상외교를 통해 6자회담에 추진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한·중, 한·베트남 등 APEC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한 차원 높이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