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 정의하는 '관성'은 움직이는 물체가 자신의 운동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을 말한다.

정지하고 있던 버스가 출발할 때 우리 몸은 뒤로 밀리게 되고,반대로 급정거를 하게 되면 앞으로 쏠리는 원리가 그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관성을 '추세'라고 부른다.

지난주 주식 투자자들은 수급과 관련해 추세상의 두 가지 변화를 목격했다.

하나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넘게 매도 관성을 보여왔던 외국인이 전기전자업종을 다시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고,또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 매수로 지수를 견인했었던 투신권의 매수 관성이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다시 1400선에 올라섰다.

이번 주 관심은 수급의 스타 플레이어로 컴백한 외국인이 그 추세를 유지할지에 집중될 것 같다.

특히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매수가 추세적인지,단지 저가 매력을 높이 사는 것인지부터 판단해봐야 한다.

상승세에 성급한 기대보다는 국면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전기전자업종이 막 출발하는 버스라면 올라타야 할 것이고,얼마 못 가 유턴할 버스라면 굳이 돈 내고 탈 이유가 없다.

어쨌든 전기전자업종을 둘러싼 그동안의 악조건은 점차 완화하는 조짐이다.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와 실적 불확실성은 내년 '윈도 비스타' 출시 기대감과 영업이익 개선 전망으로 상당부분 해소되는 국면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도 내년 2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해 하반기에는 2조원을 넘을 것이란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주가의 '선행성'이란 관점에서 볼 때 그동안의 주가 하락이 2분기까지의 실적 부진을 가격에 반영한 과정이었다면,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내년 하반기 실적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66만원에 근접하자 외국인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습이다.

66만원은 외국인이 본격 매도를 시작했던 가격대다.

외국인의 입장에 대해 좀 더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시장 전반적인 투자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박스권 돌파에 성공한 시장이 1400을 웃돌며 주가이동평균선은 정배열 국면에 접어들었다.

상승 반전한 국내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도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3조원 넘게 쌓인 매수차익잔액도 별다른 충격 없이 꾸준히 해소되는 추세다.

매수 관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