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시장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사전 규제인 출자총액제한 제도 대안 논란을 일단락 지은 '권오승호(號)' 공정거래위원회가 사후 규제 쪽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출총제 대안 정부안이 확정된 이후 권오승 위원장이 "개별 시장에 대한 경쟁논리 확산에 주력하겠다"고 입장을 명확히한 데 이어 카르텔 등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사상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사후 규제의 강도를 한층 강화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에 대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법원에서 패소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정위가 무차별적으로 사후규제를 강화할 경우 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 부과

카르텔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공정위는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사상 최고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앞두고 지난주에도 굵직한 담합 건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우선 지난 16일 옥수수 기름의 군납 입찰과정에서 입찰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한국제유공업협동조합에 과징금 4억58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법정 최고액으로 이 조합의 3년 평균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나 된다.

공정위는 담합 행위를 제보한 사람에게 주는 포상금에도 법정 최고 수준을 적용했다.

록볼트(터널 공사시 붕괴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자재) 판매사업자들의 부당 공동행위 혐의를 제보한 제보자에게 지난 17일 법정 최고인 1530만원(과징금 3억600만원의 5%)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사후규제 대폭 강화

공정위는 출총제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사전 규제에 대한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공정위는 대신 사후 규제 방안을 정부의 대규모 기업집단 시책 개편안에 대거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부당 내부거래 규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 관계인과의 상품 및 용역 거래를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사항으로 추가하고 △2007년 말 만료될 예정인 금융거래 정보요구권의 시한을 연장하며 △공정위 인력 및 기능을 확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요컨대 사전적 규제인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부문을 포기하는 대신 사후적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얻은 셈이다.

공정위는 인력 및 기능을 확충하는 방안과 관련,조만간 조직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이미 방침을 정했다.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 혐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시장조사실'(가칭)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공정위는 또 기능별로 구성돼 있는 기존 시장감시본부를 산업별 조직으로 개편하고 시장감시본부 산하 경제분석팀을 향후 신설될 시장조사실 산하로 바꾸는 등 내부 조직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 타깃은 어디?

공정위가 이처럼 불공정 행위에 대한 사후 규제 강화를 본격화함에 따라 다음 타깃이 어느 분야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거나 막바지에 이르러 조만간 결과 발표를 코앞에 두고 있는 건들이 줄줄이 대기해 있다.

유통 제약 영화산업계 등이 해당 분야들이다.

권 위원장은 "사실 출총제 관련 업무는 공정위 전체 업무의 5% 정도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은데 그동안 지나치게 이슈가 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공정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