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에 이어 2개월여 만에 다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는 PSI였다.

PSI의 한국 참여 여부는 대북 압박을 위한 실질적 수단을 넘어 한·미 동맹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양국은 한국의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한국의 특수한 위치를 이해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을 '봉합'하는 수준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비록 한국이 전면적 참여는 않지만 PSI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며,동북아에서 핵확산 방지를 위해 양국이 사안별로 협의해 나간다는 선에서 합의를 본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기술이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이나 테러단체에 이전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도록 한국측이 사안별로 협조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며 "한국이 PSI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물론 CNN은 부시 대통령이 '말'은 얻었지만 '행동'은 받아내지 못했다며 한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대신 이라크에 파병 중인 자이툰 부대의 주둔을 연장하는 쪽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이 정리되고 있음을 언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언급은 양국이 상호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차원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이 미국의 맹방으로서 당장 철군은 어렵다는 현실적인 측면과 국내의 거센 철군 여론 등을 감안,부대 규모를 축소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라크 상황,미국측 조치 등과 조율하면서 주둔 수준과 연장 문제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또 부시 정부의 중간선거 참패 이후 처음 열렸다는 점을 감안,기존의 양국 간 합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이행도 재확인됐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경질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미군 기지 이전도 예정대로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일부 난항을 겪고 있는 부문에 대해 탄력적인 자세를 갖고 신축적으로 합의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 수석은 "부시 정부의 중간선거 패배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차단하고 변함없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베트남)=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