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의 공학 교육이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발견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면 학생들도 강의실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김용세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 같은 문제 의식하에 자신이 직접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학제 간 융합 제품 설계'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길거리로 내보냈다.

그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과제를 내지도 않았다.

그가 학생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아 보라'는 것이 전부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주변과 일상 생활에서 다양한 소재를 얻어 왔다.

그 중 하나가 버스 정류소에 간단한 놀이 기구를 설치하자는 것.학생들은 버스가 올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면서 지루함이나 짜증을 느끼게 되는 것을 '문제'로 인식했다.

버스 정류소에 두 대의 스테퍼(제자리에서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기구)를 놓고 이것을 밟는 힘에 따라 고무 공이 일정한 높이만큼 올라가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하자는 것이 학생들이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그렇게 하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끼리 게임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 장면을 지켜보며 지루함을 달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의 학생 38명이 6개 팀으로 나뉘어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세 나라의 공통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할 경우 생기는 눈과 목 등의 피로를 '문제'라고 인식한 학생들은 세 나라 국민이 모두 안마를 즐긴다는 점에 착안,등받이 의자의 머리 받침에 공기의 압력에 따라 작동하는 안마기를 설치했다.

이들은 밥을 먹는 동안 국이 식지 않도록 하는 장치,빠른 속도로 죽을 끓여내는 장치 등도 공동 작업을 통해 고안해 냈다.

김 교수는 "사용자의 경험과 소비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라는 취지에서 이 같은 지도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