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은 거액의 돈이 걸린 문제이므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으면 계약이 무효라는 판결을 냈다.

유언장이 작성자 본인의 서명날인이 없으면 무효라고 하듯 보험계약서에도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수적으로 첨부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남편과 자녀를 피보험자로 계약한 김모씨가 남편 사망 후 보험사를 상대로 낸 1억5000여만원의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보험자의 서명동의는 각 보험계약에 개별적으로 서면으로 해야 하고 포괄적 동의나,묵시적·추정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드는 단체보험에서도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는 필수적이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시멘트업체인 S사 직원 유족들이 단체보험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측의 패소를 최종 판결했다.

700여명 직원들의 사고에 대비해 5회에 걸쳐 보험사 단체보험을 든 회사측은 계약서에 사용자 대표 3명과 근로자 대표 3인의 서명을 첨부했다.

그러나 S사는 노동조합에 계약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서명한 근로자 대표 3인도 회사의 경리 담당 직원들이었다.

실상인즉 이 보험은 보험사로부터 대출금을 받기 위해 가입한 일종의 '꺾기'였던 것이다.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단체보험을 들었지만 회사측은 노조의 동의를 얻을 생각을 않는 바람에 거액의 보험금만 날리게 된 셈이다.

물론 서면동의가 없는 보험계약이라도 보험모집자의 과실 때문이라면 보험금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서울지법은 2003년 "보험 계약 체결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필요한 데도 모집인이 이를 알려주지 않아 계약이 무효가 됐다"며 최모씨가 A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보험사는 최씨에게 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를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판결을 여러차례 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