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베이징시의 국제전람관 입구에 볼보의 빨간색 S40 승용차가 멈춰섰다.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프레드릭 아르프 사장이다. 이날 개막한 베이징 모터쇼에 맞춰 연출된 장면이었다.

사장이 직접 나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할 만큼 중국 자동차 시장이 격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외국업체를 추월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힘주어 밟는 중국업체와 그로 인한 치열한 가격 경쟁이 자동차업체를 죽느냐 사느냐의 피말리는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브랜드 차이나'급부상

올해 베이징모터쇼는 중국 자동차시장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572종의 자동차가 전시됐지만 이 중 3분의 1이 중국의 고유 브랜드차다.

둥팡 지리 등 중국의 토종메이커는 10종류가 넘는 고유 모델을 선보였다.

폭스바겐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 중국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외국자동차회사에 실력으로 겨뤄보자는 도전장을 낸 셈이다.

중국자동차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점이다.

이들은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인다.

현대차의 경우 2003년 말에 내놓은 소나타의 가격이 17만9000위안이었지만 지금은 14만위안으로 27%나 판매 가격을 낮춰야 했다.

중국차가 값을 내릴 수 있는 것은 부품을 대부분 중국에서 구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자동차는 대개 사용 부품의 60% 이상을 본국 등에서 수입해온다.

중국 회사에 맞서 가격을 더 내리자니 품질이 걱정되고,그렇다고 무시하자니 중국업체의 추격을 받는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서바이벌 게임시작


중국인의 자동차 구매패턴도 외국업체엔 부담이다.

어떤 차를 타느냐가 아니라 차를 갖고 있느냐가 더 관심이어서 좋은 품질의 차보다는 낮은 가격의 차를 선호하는 게 이들의 성향이다.

중국시장은 작년에 300만대 이상의 승용차가 팔렸지만 100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3.4대에 불과할 정도로 성숙되지 못한 상태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인 프랭크 리는 "중국 업체는 마진을 희생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익숙해져 있고 이 전략이 중국인의 자동차 구매 패턴과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유명 브랜드 제품은 중국 자동차회사의 거센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품질이 우수한 자동차엔 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자동차소비자협회에 따르면 가격이 싼 제품이 쏟아진 올해 자동차 100대당 평균 338가지의 불량 요인이 발견돼 작년보다 거의 30%가량 늘어났다.

그만큼 고장률이 높다는 뜻이다.

베이징 현대차 관계자는 "한 가구가 차를 서너대씩 갖는 미국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정글마켓'이지만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만 높아지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품질을 유지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가격 인하 전략에 대응해 소비자의 인식이 변화될 때까지 버텨내느냐가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