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곡물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밀은 지난달 부셸당 5달러 전반,옥수수는 3달러 전반까지 올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급 불균형에다 국제투기자금까지 가세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곡물로 방향 튼 원유투기자금=올해 곡물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요인은 겨울 밀의 세계적인 흉작 예상 때문이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걸친 이상 난동으로 올해 수확량이 줄 것이란 예상이 시장에 퍼져 밀은 8월 중순 이후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사재기 바람은 옥수수 콩 등 다른 곡물로 번졌다.

여기에다 투기자금까지 가세했다. 지난 9월 중순 미국 헤지펀드 애머랜스 어드바이저가 자원투기 실패로 파산한 뒤 자원시장에 몰렸던 투기자금의 상당부분이 곡물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일본 투자펀드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곡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9월 하순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콩 밀 옥수수의 매도 건수는 급격히 줄고 매수 건수는 늘어났다. 매수 주문이 쏟아지면서 10월 한 달 사이에만 밀과 옥수수는 30%,콩은 10% 이상 뛰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연기금도 최근 곡물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는 지난 13일 분산 투자 차원에서 곡물 등 상품시장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초기 투자 규모는 5억달러로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시장 파장=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곡물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의 조달 코스트가 높아져 결과적으로 식료품 및 서비스의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밀은 면 빵 과자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콩은 설탕 식용유 조미료 등의 가격 인상을 가져오게 된다. 옥수수는 축산 및 양식 농가에서 사료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기업이 원재료로 사용하는 '투입 물가지수' 1~9월 동향을 보면 전년 동기에 비해 밀이 10.4%,콩이 2.1%,옥수수가 10.4% 상승했다.


가격 상승세 지속=내년 이후에도 곡물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식량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옥수수 콩 등은 에탄올 등 대체 에너지 원재료로 활용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루베니경제연구소는 옥수수 선물가격(부셸당)은 연말 3.6달러에서 내년 3월 말 4.1달러,콩은 7.0달러에서 8.0달러 선까지 각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1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가 조정을 받고 있는 밀 가격도 다시 오름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스미토모상사의 사노게이치 상품조사전략팀장은 "곡물시장은 주식이나 원유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아 매수세가 조금만 늘어도 금방 시장에 반영된다"며 역시 상승세를 점쳤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