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한변협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기업 경영자가 행하는 경영판단에 대한 면책기준으로서 미국의 판례법으로 정착되어 온 이른바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에 관한 의미있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판단과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범위의 한계(限界)를 조율해 보자는 취지인데 현실에 제대로만 반영된다면 기업경쟁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왜 이런 논의가 등장하는지는 자명하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자의 책임이 부쩍 부각되면서 상법상 대표소송의 요건 완화,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등 일반 주주들의 임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가능해졌지만, 문제는 경영상 과실에 대한 합리적인 책임 범위를 결정할 수 있는 수단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동기나 과정은 제쳐둔 채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묻거나 오로지 기업에 책임을 따질 목적으로 법과 제도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식으로 무리하게 해석해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로 인해 기업의 위험기피 심화 등 기업활동은 이미 상당히 위축돼 있는 실정이다. 그런 터에 앞으로 각종 소송까지 남발되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주제발표에서도 제기되었지만 우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성실한 경영적 판단을 했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면제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지 않고 결과만을 보고 처벌하거나 배상을 부과한다면 그 어떤 경영자도 모험적(冒險的)으로 신규 사업에 도전하려 들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의 법체계를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포괄적으로 상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등 적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나아가 같은 맥락에서 경영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 역시 적절치 않은 만큼 그 한도를 설정하는 등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런 논의를 계기로 기업에 대한 우리사회의 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 엄연히 주식회사임에도 법률상의 경영책임 외에 추가로 사재출연을 압박하는 등 경영자에게 마치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기업환경이 아닌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