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전 종료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대단히 의미 깊은 일이다. 또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폐기가 전제된다면 그에 맞춰 경제 지원과 안전보장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상황이고 보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큰 전기(轉機)가 마련됐음이 분명하다.

한국전 종료 선언이 한반도 지역의 안정에 획기적 기여를 하게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남북관계가 군사적 적대 상태를 벗어나 공식적 평화체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까닭이다.

물론 지난해 합의된 9·19 공동성명에 '북핵포기시 한반도의 평화체제 협상을 개시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돼 있는 만큼 이번 선언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시각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가 임박한 시점에서 백악관이 이런 내용을 미리 대내외에 공표(公表)한 사실 자체가 큰 양보임이 분명하고,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발표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끌어내는 등 '채찍 들기'로 일관하던 미국의 대북정책이 '당근'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최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대패한 여파로 외교전략의 수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선 안된다며 유화적 입장을 고수해온 한국정부의 입장 등이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다.

어쨌든 벼랑끝 전술로 버텨온 북한은 이번 발표로 더이상 버틸 명분이 없게 됐다.

한국전 종료선언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지면 핵을 포기하더라도 체제 수호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적 지원까지 보태지는 상황이고 보면 북한으로서는 최대의 성과를 올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북한은 더이상 고집을 부리지 말고 성실히 6자회담에 임하면서 문제 해결(解決)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또한 빈틈없는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등 북핵 폐기 실현을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참여확대 등을 통해 한·미 공조체제를 복원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동맹국과의 공조체제 없이는 한반도 비핵화도 실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잊어선 안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