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의 대출 규제가 원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편법 외화대출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해 외화대출이 투기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엔화대출의 경우 환율하락과 저금리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적지 않은 환차익과 금리 차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원·엔환율이 상승세로 바뀌고 일본 금리가 오를 경우 막대한 환차손과 금리 손실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이번 공동검사의 배경이다.

○"부동산투기 차단하라"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급격한 외화대출에 따른 은행의 외환변동 위험과 돈을 빌린 사람들의 손실 발생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판단해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말했다.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자영업자들과 일부 법인들이 저금리 엔화대출로 빌린 돈으로 사업활동과는 무관하게 개인의 주택구입용으로 편법 사용하고 있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대출은 1~2년 전부터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 자영업자들이 신용도를 앞세워 돈을 빌린 뒤 부동산 취득이나 주택담보대출 상환용으로 주로 사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대출 금리는 연 1.5~3%로 일반 원화대출에 비해 3.6~3.7%포인트가량 낮은 데다 최근 들어 원·엔환율까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자금대출로 간주돼 대출 금액을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개인병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A은행에서 8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시가 16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후 1개월 뒤 김씨는 사업자금 명목(의료장비 수입)으로 B은행에서 9억3000만원 규모의 엔화 운전자금 대출을 받았다.

엔화대출 금리는 연 2.44%였다.

김씨는 B은행에서 나온 엔화대출을 원화로 바꿔 A은행에서 빌린 주택담보대출을 갚았다.

김씨는 엔화대출을 이용해 연 3.61%포인트의 금리에 해당하는 연간 2800만원의 이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최근 원·엔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까지 포함하면 수익은 더 늘어난다.

○환율하락 막기위한 조치

공동검사의 또 다른 목적은 가파른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외화를 개인사업자 등에게 대출하는 은행들은 해외에서 돈을 빌려와 돈을 빌려주게 되고,개인들은 이 돈을 시장에서 원화로 바꾸는 방식으로 원화를 조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화환율이 떨어지게 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은행들의 단기외채는 794억2200만달러로 지난해 말(515억38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났다.

단기차입한 돈으로 개인사업자 등에게 빌려줬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최근 들어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환율이 계속 하락할 요인이 크게 없는 데도 계속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은행들의 이 같은 단기자금 차입에도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이와 관련,"한국 금융당국이 외화대출 공동검사권을 발동한 것은 부동산 투기와 원화 강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원·달러환율이 지난 5월 저점(927원80전)을 위협할 정도로 하락함에 따라 외환당국의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데다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되면서 콜금리 동결 분위기가 확산돼 부동산 투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회수 등 강력조치 예고

금감원과 한국은행은 이번 조사에서 외화대출의 용도외 유용 관련 대출이 적발될 경우 차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금감원 국제업무국과 은행검사국,한은의 국제국 등이 집중적으로 검사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대출의 적정성과 관련해서는 거래량이 많은 은행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은행들의 특별한 위규행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승윤·장진모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