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돌고래 사냥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해양과학자 연합단체는 일본의 연례 '돌고래 몰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돌고래 몰이'는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일본 정부가 허가하는 돌고래 사냥이다.

이 기간 일본 어민들은 돌고래 수천마리를 얕은 해안으로 몰아낸 다음 칼과 몽둥이를 이용해 잡는다.

환경론자와 동물애호가들은 오래전부터 일본의 '돌고래 몰이'를 비판해왔다.

이 비판대열에 주류 과학자들과 동물원 및 수족관 운영자들이 가세했다.

동물원과 수족관 운영자들은 그동안 상업용 쇼에 이용하기 위해 사로 잡힌 돌고래를 구입한다는 비난을 받와왔다.

'돌고래 몰이' 중단 캠페인에는 돌고래 연구의 권위자도 다수 참가했다.

이들은 돌고래 사냥은 단순한 지능이 아니라 정교한 자기인식능력을 갖춘 생물을 관습적으로 대량 학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캠페인을 주도하는 해양과학자 연합단체는 일본 정부에 돌고래 사냥 허가서 발급 중단과 포획된 돌고래 구입중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100만명 서명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뉴욕해양과학오스본연구소의 다이애나 레이스 소장은 일본의 돌고래 사냥은 "동물보호에 관한 모든 기준에 위배되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레이스 소장은 5년전 에머리대학의 로리 마리노교수와 함께 돌고래는 거울에 비친 자기모습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런 능력은 지금까지는 인간과 침팬지에게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에 대해 후쿠다 다쿠미 미국주재 일본대사관 수산관은 돌고래 몰이는 수백년의 역사가 있는 일본의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건 일종의 문화행위"라면서 "우리는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돌고래 몰이를 경제개발수역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포획할 수 있는 개체수도 종(種) 보존을 위협하지 않도록 안전한 범위내에서 허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잡을 수 있는 돌고래는 2만1천마리이며 이중 1만5천-1만6천마리는 이미 어획이 끝났다.

일본내에서는 논의된 적이 거의 없지만 돌고래 몰이는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

반대론자들은 어민들이 그물과 소음을 이용해 돌고래와 고래를 비롯한 바다 포유류 수백마리를 얕은 곳으로 몰아낸 후 전통적인 방법으로 죽이는 장면을 몰래 비디오로 찍기도 했다.

어민들은 고래가 출혈끝에 죽도록 만들기 위해 칼을 이용한다.

인근 바닷물은 고래가 흘린 피로 벌겋게 물든다.

뉴욕수족관 소장을 지낸후 지금은 동물원과 박물관의 협력을 통해 해양문제에 대한 인식증대 활동을 하는 세계 800여 기관의 산하조직 대표로 일하고 있는 폴 보일은 꼬리 지느러미를 로프로 묶어 돌고래를 산채로 끌어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끌어 올린 돌고래의 등뼈를 비틀어 분리하기도 한다.

보일박사는 "돌고래는 극도로 고통스러울게 틀림없다"면서 "사람들에게 이 비디오를 보여주면 모든 사람이 이제껏 본 것 중에서 가장 비인간적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근래들어서는 흰 천막을 치거나 바다위에 플랫폼을 설치하기 때문에 잔인한 고래사냥 장면은 보기 어려워졌다.

후쿠다 수산관은 "식육회사들이 도살장면을 찍은 사진을 내놓고 싶어하지 않듯 고래도살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모든 동물살해장면은 어느 정도 잔인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고래고기의 사용처도 논란거리다.

반대론자들은 고래고기가 주로 비료나 애완동물 사료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관리들은 이런 주장을 부인한다.

후쿠다 수산관은 고래사냥은 일본의 철학에 맞는다면서 "해양자원은 지속가능한 범위내에서 이용돼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