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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종전선언=평화보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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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暎浩 <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

    미국과 월맹(越盟) 사이에 체결된 파리평화협정의 주역인 미국의 헨리 키신저와 월맹의 레득토가 197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러나 레득토는 베트남에 '평화'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수상을 거부했다. 그가 말한 '평화'는 공산화였다. 평화협정 체결 직후 미군이 월남으로부터 철수하자마자 베트남은 공산화되고 말았다. 베트남의 공산화 과정은 평화협정도 노벨상도 결코 평화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6자회담에서 6·25전쟁의 종전 가능성과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미 정상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평화협정 실패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최근 미국의 외교적 행보가 갖는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북핵 실험 이후 점점 강화되는 대(對)북한 제재 조치에 저항해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6·25전쟁 이후 한번도 꺼내들지 않았던 카드를 과감하게 내던졌다.

    그러나 미국의 종전선언 언급은 과거 대북한 경제지원과 달리 한반도 안보 구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군사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부담도 매우 크다. 미국 중국 한국은 각각 1979년 미·중(美中) 국교정상화 및 1992년 한·중(韓中) 국교수립을 통해 6·25전쟁 이후 이들 사이에 존재했던 전쟁상태를 사실상 종식시켰다. 이번 6자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사실상 미·북(美北) 간의 전쟁상태를 종식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동안 금기시돼 왔던 북한의 요구사항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가 6자회담 내에서 논의되기 위해 미국은 북한이 영변 5MW원자로 가동 중단,재처리 시설 폐쇄,국제사찰 허용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전제조건이 달려 있지만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을 위한 구체적 협상이 진행될 경우 6·25전쟁 이후 성립된 한반도 및 주변 안보 질서에는 심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한국의 작전지휘권 단독 행사로 인해 한·미연합사 해체와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외교적 움직임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과 같은 외적 요인 때문에 핵개발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해 왔다. 이처럼 북한체제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끊임없이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지 않고서는 유지될 수 없다. 하나의 위협 요인이 제거되고 나면 또 다른 외부의 위협 요인을 과장해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북한체제의 속성이다. 이러한 속성은 북한체제가 소멸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6자회담에서 당사자들이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상을 거쳐 평화협정을 순조롭게 체결한다고 해서 북한은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요구할 것이고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협정이 곧 한반도 영구평화 실현을 의미한다는 주장은 북한의 그릇된 논리에 역으로 '사회화'된 결과이다. 외적 위협을 되풀이 강조하는 북한의 허구적 논리에 어느덧 우리 모두가 휘말리고 만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결코 평화협정에 의해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을 미국과 월맹 사이의 파리평화협정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없이 노무현정부 당국자들이 이번 미국의 종전선언 언급과 평화협정 제의를 환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 종전선언이 가져올 파장을 국익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파악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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