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源峻 < 액센츄어코리아 부사장 won-joon.lee@accenture.com >

2004년 3월 세 명의 도박사가 런던의 한 룰렛 게임에서 130만파운드라는 거액을 벌어들인 적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운(運)이 아니었다.

휴대폰의 카메라를 통해 룰렛의 휠이 돌아가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그 정보를 컴퓨터로 보내 볼의 궤적을 계산하고 착지 지점을 예측하는 기발한 방법을 동원했던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이 베팅 한도 시간인 룰렛 휠 3회전 이내에 이뤄졌다.

그들이 볼의 낙하 지점을 정확히 예측한 것은 아니다.

단지 확률을 37분의 1에서 6분의 1로 높이고,여섯 지점에 모두 베팅함으로써 게임마다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미래의 사건을 보다 높은 확률로 예측하는 능력의 중요성과 그 정보를 경쟁 우위 확보에 활용하는 이른바 '예측적 통찰력'(Predictive Insight)의 위력을 보여준다.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오늘날 기업들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거의 완전한 자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진정한 차별화는 과거 자료에 대한 통찰력과 이에 근거한 스마트한 예측 능력에 있다.

미국의 한 유통업체는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전 재고(在庫) 보충을 실시할 뿐 아니라,이때 소비자의 특정 니즈를 반영함으로써 고객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들은 2004년 8월 말 허리케인 '프란세스'가 미국 해안가에 상륙하기 직전 이보다 몇 주 앞선 허리케인 '찰리'의 상륙 당시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다.

수조 바이트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 허리케인 상륙 전 휴대용 랜턴의 수요가 급증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가장 많이 팔린 품목이 맥주였으며 딸기파이는 평소보다 7배나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음을 밝혀냈다.

이러한 예측적 발견들은 허리케인 프란세스의 예상 경로에 위치한 매장(賣場)의 재고 보충에 활용돼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회사의 수익성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예측적 통찰력의 선구적 기업들은 시장 기회를 예측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수집한 정보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조직의 의지와 역량도 갖추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은 결국 경쟁자보다 실행력이 강한 기업이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6시그마 활동은 기업 혁신의 강력한 실행 도구의 한 예다.

그러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인프라를 갖추기도 전에,6시그마 활동이 효과를 보는 듯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실행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인 것 같다.

"퍼팅 그린에서 나의 성공은 수많은 경험에서 비롯한 통찰력(insight) 30%와 볼이 어디로 굴러갈지에 대한 예측력(foresight) 70%에 의해 이뤄진다.

실패 후 생각나는 사후적 묘안(hindsight)은 0%,즉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 타이거 우즈의 말이 의미있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