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2일 '예정대로' 연가(年暇)투쟁을 실시했다. 내년부터 전면 도입될 교원평가제를 저지하기 위한 이번 투쟁은 몇 달 전부터 예고된 것. '연가(연차휴가의 준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한 해에 사용할 수 있는 유급휴가를 말한다. 많은 교사들이 같은 날 한꺼번에 휴가를 내고 집회를 하면 사실상 '수업 거부'라는 파업의 효과가 있다. 교육당국이 연가투쟁에 대해 긴장해 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날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라고 평가하긴 힘들었다. 전교조 집행부는 당초 7000~8000명의 교사들이 가담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 지부의 깃발 아래 서울로 올라온 지방 소재 교사들도 주로 지역 지도부나 각 학교별 분회장 정도가 고작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교 전교조 소속 교사는 "전교조 회원이라고 모두 연가를 내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학교에선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의 전교조 분회장 출신 교사도 "교원평가 방법에 대해 교사들이 납득하지 않은 채 교육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는 교사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사람마다 의견도 분분하고 교원평가제 도입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들도 있어 전면적으로 연가투쟁에 돌입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교사들이 연가투쟁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눈치가 보여서다. 수능시험이 막 끝나고 본격적인 입시철을 맞아 교실과 학생들을 내팽개치고 학교 밖으로 나서는 데 따른 따가운 시선이다. 실제 이날 서울광장 집회에서 만난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교육의 질을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다함께 평가해서 더 낫게 만들자는 것인데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이날 집회가 과격하지 않고 일종의 '퍼포먼스'같았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간간이 이어지는 노래와 TV 개그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인 '형님뉴스'를 패러디한 '교육뉴스'등이 지나가는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제자들을 뒤로 하고 모인 선생님들의 최소한의 양심이었을까.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