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교육자협회 마리엄 아세파 회장은 지난 8~10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HR 포럼 기간 중 이두희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 회장(고려대 교수-경영학)과 대담을 갖고 고등교육의 국제화,기여입학제 등 한국과 미국의 교육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고등교육의 국제화는 피할 수 없는 트렌드인 만큼 한국 대학들이 영어강의를 적극 확대하는 등 전 세계의 인재를 맞이할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담 = 이두희 아시아.태평양국제교육협회장 ]

○이두희 회장=지금 고등교육의 가장 큰 트렌드는 국제화(internalization)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고등교육의 국제화 추세의 동인은 무엇인가?

○아세파 회장=자본이나 인재의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점차 국경의 의미도 사라지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인재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았지만 지금은 능력만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취직을 할 수 있다.

또한 역으로 제한된 일자리를 가지고 전 세계의 인재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해야 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대학들도 국제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이 회장=한국대학들은 그동안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하기보다 국내학교들끼리 아웅다웅하며 안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아직도 세계시민(Global citizen)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세계적인 지도자가 배출되는 사례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미 대학 간 글로벌 경쟁은 시작됐다.

현재 한국의 뛰어난 고등학생들은 한국의 명문대학이 아닌 미국이나 호주로 곧장 유학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개방화된 마인드를 가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학의 문호를 넓혀야 한다.

최근 고려대학교가 출범시킨 '글로벌 KU 프로젝트'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아세파 회장=절대적으로 동감한다.

금융이나 제조업 같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등교육 역시 치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의 학생들이 대학진학 때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다고 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이 회장=학생들이 더 큰 기회를 찾아 세계 어떤 나라든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대학도 여러 나라에 분교를 개교하는 등 둥지를 이리저리 옮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아세파 회장=이 역시 고등교육의 국제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싱가포르나 두바이의 경우 주변 지역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가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세계의 유명대학들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

대학들은 각국 정부들이 제공하는 인센티브에 이끌리기 보다는 지역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에따라 움직인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게다가 요즘은 사이버 교육까지 등장하는 등 갈수록 고등교육에 있어서의 물리적 장애들이 사라지는 추세에 있다.

○이 회장=최근 국내에서도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개설하는 대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려대 역시 전체 강의의 32%가 영어로만 진행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러한 영어강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대학에서 공부를 하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아세파 회장=네덜란드나 스웨덴,핀란드 등 유럽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으로는 자기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지만 대학에서는 모두 영어만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마저 대학에서는 영어를 사용한다.

이미 과학계에서는 영어가 공용어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논문은 물론 강의 컨퍼런스 등 거의 모든 것들이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를 기피하는 대학은 그만큼 받아들일 수 있는 인재의 폭을 크게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회장=평등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한국에서 기여입학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다.

미국에서는 기여입학제(legacy program)가 명문사립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아세파 회장=미국의 기여입학제는 그 대학을 나온 졸업생(allumni)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뛰어난 졸업생들의 기부금이 대학 재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는 대단히 제한적인 데다 성적 등 다른 평가항목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입학여부가 결정되므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정리=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