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얼굴로 돌아보라(Look Back in Anger)'는 영국 현대연극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가 존 오스번은 주인공 지미 포터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박탈감을 느끼던 세대를 대변했고 저항에만 매달리는 '성난 젊은이'를 그려냈는데,그 극적 구성과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듬해에는 '엔터테이너스'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려 역시 세계대전 이후 몰락해가는 영국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들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 마디로 '성냄'이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미래가 암울할수록 성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요즘 우리 사회가 그런 것 같다. 폭등하는 집값에 서민들은 성난 얼굴을 하고 있고,정책적인 사안마다,인사마다 잡음과 반대가 끊이질 않는다. 지식인들은 그들대로 성난 얼굴을 하고서 과거를 뒤집기에 열을 올린다.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려 드는 것이다.

권태준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우리는 왜 성난 얼굴로 뒤만 돌아보느냐"고 얼마전 펴낸 그의 저서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에서 신랄하게 반문하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가 정면으로 '성난 얼굴'을 들고 나왔다. 엊그제 송 교수는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참여정부와 여당을 연상하면 성난 얼굴이 떠오른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나치게 개혁에 집착하다 보니,융통성이 없어지고 쌀쌀해지면서 국민을 성난 얼굴로 쳐다보게 됐고,국민도 여권을 성난 얼굴로 대하게 됐다는 것이다.

성난 얼굴은 어찌 이 뿐인가. 정부와 언론,법원과 검찰,보수와 진보 등 모든 세력들이 찡그린 모습이다. 감정은 전혀 추스러지지 않은 채 모든 언행들이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이제는 분간하기도 힘들게 됐다.

틱낫한 스님은 성냄을 풀어야 진정한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누가 이 성난 얼굴들을 다독여 주고 텅빈 마음을 채워줄지 걱정만이 쌓여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