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예금으로 받은 돈의 일정액을 떼내 무이자로 둬야 하는 지급 준비금이 늘어남에 따라 연간 2200억원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은행들이 이 같은 부담 증가분을 고객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출 금리가 0.1~0.2%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회의를 열고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의 지급 준비율을 현행 5%에서 7%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장기주택마련저축 근로자우대저축 등 장기저축성 예금에 대해서는 지급 준비율을 현재 1%에서 0%로 인하,장·단기 예금의 지급준비율 격차를 종전 4%포인트에서 7%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바뀐 지급준비율 제도는 오는 12월23일부터 적용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작년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다섯 번에 걸쳐 콜금리를 인상했으나 금융회사의 여신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지준율 인상 조치로 금융회사의 신용공급 여력이 조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급 준비율이 높아진 요구불 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235조9353억원에 달하는 반면 지준율 적용이 폐지되는 장기저축성 예금은 17조9152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쌓아야 하는 지급준비금은 현재 19조5000여억원에서 24조3000여억원으로 4조8000여억원 늘어나게 된다.

예금액 대비 지급준비율은 평균 3%에서 3.8%로 높아지게 된다.

박동영 우리은행 자금팀 부장은 "지급준비금은 무이자로 적립된다"며 "콜금리(연 4.5%) 수준으로 운용할 수 있는 4조8000여억원을 무이자로 둬야 하기 때문에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성태 총재도 "은행들의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며 "시장 금리가 어느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또 지급준비 대상 예금을 계산할 때 적용했던 '타점권 차감제도'를 폐지했다.

타점권 차감제도란 은행 창구에서 받은 타 은행 발행 자기앞 수표를 일정 한도까지 지급준비금 적립 대상에서 제외시켜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