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인상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증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부동산 거품에 따른 리스크를 축소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준율 인상이 증시 유동성 위축을 불러오고 특히 은행주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증시엔 영향 없어

이날 증시는 직접적 영향권에 든 은행주가 대체로 약세를 보이는 점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고유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콜금리가 전체 경제와 자금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지준율 인상은 은행권의 대출,특히 가계대출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부동산 유입 자금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의 대부분은 적립식 투자 자금"이라며 "은행 수신 금리가 대폭 오르지 않는 이상 유입 자금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은행주들은 장 초반 동반 약세를 보였으나 오후로 접어들면서 낙폭을 줄이고 반등 시도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날 국민은행은 0.14%,신한지주는 1.52% 떨어졌다.

우리금융과 하나지주는 강세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지준율 인상으로 인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은행의 가용 자금이 줄어드는 데다 한국은행이 지급준비금에 대해 시중은행에 이자를 지불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대출 여력을 제한하는 데다 시장 내 유동성 축소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금리 인상 등으로 손실을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진 하락 요인은 있지만 기업어음(CP)과 회사채 금리,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 손실 규모는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주에 대한 파급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지준율 인상으로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준율 인상이 콜금리 인상에 비해 충격이 덜한 만큼 오히려 호재라는 의견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엇갈리는 중·장기 전망

그러나 중·장기적인 영향력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소 엇갈린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준율 인상이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집중된 유동성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콜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당장에는 피해갈 수 있겠지만 시장 내 유동성 축소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악재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채권시장의 우려감은 증시에 비해 다소 크다.

최석원 한화증권 팀장은 "이번 지준율 인상은 5조원 정도 현금통화를 줄이게 될 것이며 총통화(M2) 기준으로 120조원가량의 증가를 막는 효과가 생긴다"며 "결국 채권 수요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기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도 "그동안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채권 금리를 상승 국면으로 전환시킬 것"이라며 "당장 금리가 폭등하지는 않겠지만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리가 상승 추세로 전환한다면 채권형펀드 수익률엔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