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 논설위원 >

배아줄기세포 조작 논란으로 불거진 이른바 '황우석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을 맞았다.

이 시점에서 황우석 사태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되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을 듯 싶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논문조작 사건인 이번 사례를 통해 과연 우리 과학기술계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 후 1년간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우리 연구진이 그동안 세계를 주도해 온 체세포 복제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사실상 중단됐을 뿐 아니라 불임시술후 남은 냉동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 또한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게다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의 연구시설이나 연구비 지원도 거의 끊어진 상태다.

예컨대 한때 1만4000여명에 이르는 환자 등록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서울대병원내 세계줄기세포허브센터는 문패를 바꿔 달았으며,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위해 추진해온 경기도 장기바이오센터 건립 계획도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윤리문제 등 논란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생명윤리법 등 관련 법 규정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줄기세포 허브를 향해 질주하던 우리의 위상이 1년 만에 어떻게 추락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비해 외국쪽 사정은 어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30억달러,영국이 10억달러를 각각 투입키로 하는 등 선진국들은 줄기세포 연구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가 체세포 핵 이식에 의한 인간 배아복제 실험에 들어가고,호주 상원 또한 인간 배아복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복제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줄기세포 논란의 후폭풍으로 허우적대고 있어 정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줄기세포 조작사건의 경우 아직도 진위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며,인터넷 등에서는 황 박사를 지지하는 '황빠'와 그를 비난하는 '황까'사이에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황 박사 팀의 유일한 성공 사례로 공인받은 복제 개에 대해서도 진위 여부를 재검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마디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특정인을 흠집내는데만 온통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꼴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위기를 맞게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은 누구를 비난하거나 편드는 데 골몰해서는 안되며 그동안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연구체제를 재정비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할 때다.

이것이 바로 줄기세포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도 국가 차원에서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줄기세포 연구진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연구기반을 확대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 한가지 새겨야 할 것은 과학자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거나 과학자를 영웅화하려고 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이다.

이제 과학기술계는 물론 국민들도 줄기세포 논란의 늪에서 헤어나야 할 때다.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