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후임 건설교통부 장관에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 내정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첫번째 인선 배경은 부처 간 원활한 업무협의였다.

현재 부동산 대책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재경부 출신으로 업무 조율이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봤다는 게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의 얘기다.

민간 건설업체,정부투자기관 사장을 포함,모두 6명이 후보에 올랐지만 부처 간 업무 협조를 위해서는 역시 관료출신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내정자의 경우 국세청장을 지내 세제에도 밝은 데다 청와대 혁신수석으로 근무,노무현 대통령의 혁신코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기본 전제조건도 물론 충족됐다.

당초 김영주 국무조정실장의 기용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한명숙 총리의 보좌 역시 건교부장관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건교부 장·차관을 재경부가 독식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김 차관의 교체를 준비 중이다.

박 수석도 "건교부 장·차관에 재경부 출신만 임명하느냐는 여론을 잘알고 있다"며 "조화를 이루는 인사가 검토될 것"이라며 건교부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한 내부 승진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 장관이 건교부로 배를 갈아타면서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사 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진 박명재 전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이 됐다.

관가 내에서는 박 전 원장을 위한 '돌려치기 인사'라는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재경부 출신의 김용덕 차관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선거에 한 번 출마했다고 해서 행자부에서 30년 근무한 것이 퇴색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보은인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추진을 위해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이라는 명함을 달아준 오지철 전 문광부 장관도 2004년 7월 인사청탁 파문으로 물러났다는 점에서 시빗거리를 제공하는 인사가 될 전망이다.

오 보좌관의 경우 당시 정동채 장관의 부탁으로 A씨를 S대 예술학부 교수로 임용해줄 것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제출했다.

한편 오늘 함께 내정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청와대 안보실장은 송민순 외교와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연기됐다.

청와대는 이들 장관 임명에 맞춰 건교 국방 외교 통일부 차관과 국정원 차장 등 후속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내정자 주요 약력 ]

▲이용섭 건교부 장관

△행시 14회 △재경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 △청와대 혁신수석 △행자부 장관

▲박명재 행자부 장관


△행시 16회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행자부 기획관리실장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오지철 정책특보


△문광부 문화산업국장 △문광부 기획관리실장,차관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