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매계약 파기를 선언한 론스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주간사 등을 통해 해외 금융회사와 물밑 접촉을 시작했다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제3자 매각의 윤곽이 의외로 빨리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론스타,3자 매각 물밑 접촉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24일 "최근 론스타의 계약파기 소식이 나돌면서 외국 IB(투자은행)들이 제3의 인수 후보를 찾아 물밑에서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가 대안 없이 계약 포기를 선언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생각보다 빨리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도 지난 23일 국민은행과의 계약 파기를 선언하며 "검찰 수사가 최종적으로 끝나게 되면 다시 우리의 전략적 선택에 대해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외환은행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 수사가 방향·속도 결정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은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검찰 수사 발표에 따라 방향과 속도가 정해질 전망이다.

강도 높은 수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입증해 내지 못하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3자 매각작업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반면 검찰 수사 결과가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론스타는 최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배당 등을 통해 원금 회수를 극대화한 뒤 시간을 두고 다시 매각 상대를 찾을 전망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론스타의 불법 의혹이 짙어질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는 외국계 은행들도 사태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 현대건설(외환은행 지분율 12.58%)과 하이닉스(8.22%) 등의 지분 매각을 통해 외환은행이 2조원 이상의 특별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 작업이 다소 지연돼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게 론스타의 계산이다.

○국민은행,27일 긴급 이사회

국민은행은 2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계약 파기에 따른 향후 전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함에 따라 신한 우리 등 국내 2위 은행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돼서다.

9월 말 기준 국민은행 자산은 219조원으로 신한은행(181조원)과 우리은행(178조원)의 추격 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국내 리딩 뱅크로서의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독자 해외진출 모델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4일 임직원들에 대한 담화문을 통해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은 파기됐지만 인수 과정에서 대한민국 1등 은행으로서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내부적으로 외환은행 인수 이외에도 자체 성장을 위한 대안을 준비해 왔으며 앞으로 이 같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