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로/왱왱거리던 모기를 탁 잡으면/피가 툭 하고 터져 나온다/그 피 누구 피 일까/…(중략)… 어떤 사장님의 통장을/툭 하고 눌러 터트리면/불그죽죽 때 묻은 천원 색깔의 피가 나올까/아니면 변질된 푸레한 지폐 색깔의 피가 나올까/생각해 보아도/ 내가 가진 사형도구는/노동자착취기업 기사가 실린/신문지밖에 없다."

이 시의 제목은 '모기피'다. 서울의 한 중학생이 쓴 글로 H일보,모 문화예술위원회,국어교사모임 등이 공동주최하는 청소년 문학상에서 10월의 장원으로 뽑혔다.

심사자는 "신문지로 모기를 죽이는 화자(話者)와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의 신문기사를 서로 교직(交織)하여 섬뜩하게 반성적인 시를 탄생시켰다"고 칭찬했다. 이런 '중학생의 시'를 가르친 사람들은 누구이고,이를 칭찬하고 상주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자본주의는 실로 그 과실을 먹여 반(反)자본주의자들을 기르는 경향이 있다. 위대한 경제사학자 슘페터는 자본주의 발전이 스스로의 사회체제 파괴를 기도하는 지식집단을 증대시켜 결국 와해의 길을 갈 것이라고 논파했다('Capitalism,Socialism and Democracy',1942). 바로 자본주의가 배양하는 자유주의적 비판적 태도가 자신의 체제를 공격하고 '사회적 불안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vested interest in social unrest)' 거대한 사회계층을 배양한다는 것이다.

60여년 전의 이런 예언을 실현하려 하는가. 지난주 농민 노동자 대학생들이 벌인 한·미FTA 반대 시위는 한국의 좌경세력이 얼마나 거대하고 기탄없는가를 보여준다. 7만여명이 전국 13개 시에서 일제히 일어나서 7개 시·도청을 공격했다. 전교조는 연가투쟁으로,민주노총은 파업(罷業)으로 이에 가담했고,공권력과 공공시설이 쇠파이프 각목 죽봉 보도블록으로 공격받고 방화됐다. 비록 규모는 다르지만 그 수법과 양태가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을 앞세워 유럽 전역에서 동시에 봉기한 1848년의 '노동자혁명'을 연상시킨다.

시위를 주도한 한·미FTA저지범국민본부는 농어민,노동자와 함께 영화계,민변,교수와 교육계,보건의료,문화예술,지식재산권 등 온갖 분야 이익집단을 총망라(總網羅)한 조직이다. 지난날의 경제성장 덕분에 먹고 지킬 것이 생긴 집단들이다. 전교조,민노총,부안과 평택의 폭력시위를 이끈 시민단체들 역시 자본주의가 키운 시민사회 덕분에 자란 조직들이다. 바로 이런 집단들이 지구촌 경쟁에 나선 우리의 골문에 자살골을 넣는 방해꾼(spoiler)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집단들의 수뇌층은 사회적 불안에 기생하는 사람들이다. 상식이 통하고,치안이 튼튼하고,발전하는 사회에서는 그들의 활동무대가 좁아지므로 가능한 한 사회구조를 흔드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이들은 부자와 기업을 논죄(論罪)하고 반미 반시장 반개방 평등주의 민족공조를 위해 투쟁할 것을 시민들에게 가르친다. 지구촌 자본주의가 불균형과 양극화의 원흉이라며 경쟁을 배격하고 우리끼리 시장을 지키며 살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옳다면 오늘날 왜 사회주의 폐쇄국가들은 멸종돼 가는가. 지난 5년간 세계경제는 글로벌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연 3.5%의 1인당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류가 역사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 한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러시아 브라질 중국 인도 등 신흥국,제3세계 후진국 할 것 없이 모두 세계화의 파도에 합류해 높은 성장을 누렸으나 좌경화(左傾化)의 길을 걸어온 한국의 잠재성장률만은 빠르게 저하했다.

한국의 좌경세력은 중학생의 시가 보여주듯 매일 번식하고 있다. 공권력을 문죄(問罪)하는 정권 아래서 그들은 우리사회를 무정부 상태로 몰아가고 있으며,이미 그들 나름의 원대한 사회계획을 세워놓고 있을 터이다. 시민들 스스로 지키지 않는 한 우리 앞에 어떤 야만의 길이 기다리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