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湜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최근 한국은행은 16년 만에 요구불예금의 지급준비율을 5%에서 7%로 인상하는 등 은행의 평균 지급준비율을 3.0%에서 3.8%로 인상했다. 이는 시중의 과도한 유동성(流動性)을 단기간에 흡수해 그동안 크게 떨어진 통화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여기에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는 단기화된 부동(浮動)자금을 장기자금으로 유도해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준율 인상정책의 문제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먼저 통화량을 너무 큰 폭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준율을 높이는 경우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이 제약을 받아 통화량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지준율 정책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자주 사용할 경우 통화량이 급변동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높이는 등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통화량을 조절키 위해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사용하는 것을 마치 다이아몬드를 가공하는 데 큰 해머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하곤 한다.

둘째는 지준율 인상이 통화량 감소에 미치는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지준율을 높이는 경우 통화량이 감소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가 줄어들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적용을 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기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마다 초과지준금 사정이 다르고 또한 이에 대한 은행의 대응도 각기 달라서 통화량 감소효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를 유지하려고 할 경우 결국 부족한 자금을 시중에 공급해 주어야 하므로 기대한 통화량 감소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통화량 감소효과가 불확실한 경우 경기와 물가 역시 예측이 어려워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환율이 낮아지면서 외화대출이 급격히 늘어나 시중유동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준율 인상으로 인한 통화량 변동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 우리 경기와 물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경기를 급격히 침체시킬 수 있다. 내년 우리경제는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하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기가 침체될 것이 전망되면서 급격한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도 선거로 기업경영 환경이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금리인상 요인까지 고려하면 내년도 경기는 불투명하다. 이러한 시기에 통화량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지준율 인상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 경기를 경착륙(硬着陸)시킬 수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다 급격한 경기침체를 불러와 우리경제를 금융위기의 위험에 노출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준율 인상으로는 높아진 부동산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다양한 원인에 있다. 늘어난 유동성도 중요한 원인이지만 강남의 경우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주된 원인이고 또한 높아진 분양원가와 공급부족도 가격상승 원인 중의 하나다. 이러한 다양한 원인에 따라서 오른 부동산 가격을 유동성을 감소시켜 안정시킬 수는 없다. 즉 원유가격과 인건비 등이 높아져 오른 분양가를 금리를 높이거나 유동성을 감소시켜 낮출 수 없으며 재건축에 대한 기대 때문에 오른 아파트 가격이 유동성을 흡수한다고 해서 낮아지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지준율 인상의 득실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행은 앞으로 지준율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향후 지준율 정책 사용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늘어나고 있는 시중 유동성이 외화대출 증가 때문이라면 원인이 되고 있는 환율을 조절하고 외화대출의 거래비용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가격 상승을 억제키 위해서는 환율과 경상수지 상황을 봐가면서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감소하지 않고 경기를 침체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리 인상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