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환율은 한때 유로당 1.3109달러까지 치솟아(달러가치 급락) 작년 4월21일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도 지난 9월 초 이후 2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115.89엔으로 떨어졌다.

달러가 국제외환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미국경기 둔화와 그로 인한 금리인하 가능성,상대적으로 경기가 좋은 유럽의 금리 인상 전망,미 민주당의 보호주의 등이 겹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부진 우려는 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가 내년 성장률을 지난 6월에 전망했던 3.6%보다 낮은 2.9%로 최근 하향 수정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수정 전망치는 2005년 3.2%,2006년 연간 3.3%(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무역수지 적자폭 역시 소비위축에도 불구하고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6.5% 수준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성장률 둔화가 유럽.일본의 경기회복세와 대비되면서 환율의 진폭을 크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나 투자자들은 달러화보다 경기의 탄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유로존 통화를 선호,약세로 기울고 있는 달러화를 내다 팔았다.

미국과 '유로 존'의 금리격차 축소 전망도 달러 약세 요인이다.

현재 연 5.25%인 미 연방기금금리는 국제외환시장에서 '정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미 금리는 당분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없으며 오히려 경제성장률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인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환트레이더의 절반 이상은 내년 3월2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25%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달 기준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올리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시카고의 ABN 암로은행 환율전략담당 수석인 더스틴 레이드는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계획은 모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로 인해 연말까지 유로·달러화 환율이 유로당 1.33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적 요인에서도 달러 하락의 원인을 찾는다.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함으로써 미국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강(强)달러 정책'이 희석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보호주의 색채가 강한 민주당이 달러 하락을 방조할 것이라는 예상에 기인한다.

영국의 민간 거시경제 컨설팅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지소프 국제경제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달러하락의 원인을 한마디로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선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에 대한 일치된 견해는 없다. ABN 암로은행의 외환전략가인 더스틴 리드는 달러화가 연말까지 유로당 1.33달러까지 하락할 것(유로.달러 환율 상승)으로 전망했다.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PNC자본시장의 환율거래 총책임자인 매튜 리프슨도 "누가 파운드당 2달러(24일 파운드당 1.9351달러)까지도 갈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면 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대답한다"며 "하락폭은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폭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에대해서는 내년 초 달러당 112엔대로 떨어질 것으로 파이낸셜 포어캐스트센터는 예상했다.

한편 달러화 하락 추세에 따라 24일 뉴욕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 환율도 전날보다 1.75원 하락한 928.75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920원대로 내려앉았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