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조류독감)가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고병원성'임이 밝혀짐에 따라 양계농가는 물론 닭고기 가공회사와 할인점 등 관련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닭고기 등에 대한 수요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서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점의 닭고기 매출은 AI가 처음 보고된 지난 22일 이후 최고 25%가량 줄었다.

수요하락을 선반영해 닭의 산지 도매가격도 사건발생 이후 10%가량 하락했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정부는 AI 차단에 주력하는 한편 피해 농가에 대해서도 생계비 및 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살처분 본격화

정부와 전북은 익산시에서 발생한 AI가 고병원성으로 판명됨에 따라 26일 사건 발생지인 익산시 함열읍 태진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 6개 농가에서 사육중인 육계 등 23만6000여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에 들어갔다.

또 사건발생 지역에 있는 돼지 300마리와 개 577마리도 도살처분돼 매립된다.

정부는 병원균이 발생지 반경 3km 이내(위험지역)의 닭과 오리,개,고양이 등으로 전파됐는지 여부에 따라 추가 도살처분도 계획중이다.

또 AI 방어선도 반경 10km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이 일대에서 60여만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는 16개 농가들은 사육 중인 가금류 일부를 폐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피해 확산이 우려되자 정부는 피해 농가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살처분되는 가축과 달걀은 시가로 보상하고 이동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는 농가에 대해서는 생계비와 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비상 걸린 유통업계

국내 최대 닭 가공업체인 하림이 최대 위기다.

일본이 한국의 닭고기 수입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닭을 납품받고 있는 600여 농가 중 300여 농가가 익산 등에 밀집돼 있어 닭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하림 관계자는 "AI가 고병원성으로 밝혀지면서 주문량이 이미 지난주보다 20%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닭 매출 감소도 현실화되고 있다.

AI가 보고된 22일 이후 4일간 이마트 등 주요 할인점에서 닭고기의 평균매출은 일주일 전 같은 기간 보다 최대 25%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닭고기와 달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5%,15% 감소했다.

닭고기 물량의 70%를 하림에서 공급받아온 롯데마트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전국 47곳 롯데마트의 전체 닭고기 매출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8%,달걀 매출은 5%가량 줄었다.

닭고기 산지가격도 하락세다.

농협에 따르면 22일 1015원이던 닭 한 마리(1kg 기준) 가격이 24일엔 967원으로 10% 정도 하락했다.

주말에 고병원성으로 판명됨에 따라 가격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농협은 내다봤다.

전주=최성국·박동휘·장성호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