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불안이 있는 건 당연해. 중요한 건 그 때문에 자신감을 잃거나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거나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거야. 모르는 걸 아는 척할 필요 없어.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면 일단 공부를 해. 언제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장래에 대해 걱정하는 건 그만둬."

'여왕의 교실'이란 일본 드라마에서 마녀로 불릴 만큼 무서운 선생 아쿠츠 마야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얘기다. 마야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교장과 다른 교사,학부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엄격하게 다룬다. 지각하면 혼내는 건 물론 콩이나 우유를 안먹는 편식도 용납하지 않는다.

게다가 매주 쪽지시험을 본 다음 꼴찌 2명에게 청소와 급식당번 등 온갖 허드렛일을 시킨다. "제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그러자면 매사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년 초 반발하던 아이들은 그러나 개개인의 가정형편을 꿰뚫고,방과 후 어디서 뭘 하는지까지 살피다 무슨 일만 있으면 나타나는 마야에게 마음을 연다.

이지메(집단 괴롭힘)에 따른 자살예고 편지로 시끄러운 일본에서 호랑이 선생님 반에 이지메가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쓰루 문과대 가와무라 시게오 교수팀이 알아봤더니 '친구형' 선생님 학급에선 최소한의 규율이 지켜지지 않는 바람에 싸움이나 이지메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내지 왕따 문제가 심각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피해자 쪽의 주장인즉 교사의 무관심과 안이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고도 한다. 수업 외에 학생지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리도 높다. 반론도 있다. 조금만 야단 쳐도 대들고 부모들까지 항의하는 통에 생활지도가 불가능하다는 게 그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감시카메라 대신 눈(目) 그림만 붙여놔도 조심한다는 게 사람이다. 아무리 고약해도 선생님이 언제 어디서나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친구를 괴롭히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여건은 어렵지만 애정과 사명감에서 나온 엄격함을 유지하는 호랑이 선생님이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