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분야에서 15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에 종사했던 A씨(46)는 최근 택배회사 운전기사로 직업을 바꿨다.

IT(정보기술) 분야에서 생존하려면 신기술 습득이 필요했지만,A씨는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50세도 안돼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하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A씨는 급기야 퇴직 후 삶을 설계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전문업체를 찾았다.

이곳에서 전담 컨설턴트가 배정돼 1 대 1 컨설팅을 받던 그는 현장 경험을 키우기 위해 마을버스 시내버스 등을 운전해보는 기회를 갖게 됐고,이 경력을 인정받아 택배회사 운전기사로 재취업했다.

A씨는 "처음에는 전문사무직에서 운전기사로 전직한 게 창피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확고한 인생 목표와 실천 계획을 갖고서 한 전직이라 이제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고한 목표만 있으면 직업에 대한 눈높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E고시텔'을 운영하는 K씨는 전업이 아닌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대기업 마케팅 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그는 구조조정 대상이 되자 6개월짜리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신청했다.

K씨는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을 받으면서 창업 대상 여러 업종을 집중 분석한 끝에 고시원을 개업해 두 번째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아웃플레이스먼트가 인생 2모작의 새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퇴직근로자들의 고통을 경감시키고,잔류 근로자의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1석3조' 효과가 있어서다.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은 보통 3~6개월 과정으로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경력진단과 진로상담에서부터 재취업·창업에 이르기까지 교육 및 컨설팅과 함께 사무실 컴퓨터 등 행정적 지원도 해준다.

퇴직자 또는 전직희망자가 서비스를 신청하면 1 대 1 담당 컨설턴트가 배정되고,이후 맞춤 컨설팅과 자기진단을 통해 재취업을 노릴 것인지,창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은퇴를 할지 목표를 정하도록 도와준다.

재취업을 원하는 경우엔 핵심역량 분석을 통해 지원분야를 정한 뒤 이력서 작성법,면접 요령 등을 익히면서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서게 된다.

취업에 성공했다면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적응하는 법까지 훈련받을 수 있다.

창업을 결정하면 우선 최근의 창업 트렌드와 환경,다양한 창업 아이템,창업시 필요한 마음가짐 등 기본 지식을 배운다.

적정 창업아이템이 결정된 후에는 △입지선정과 상권분석 △사업타당성 분석 △단독,동업,프랜차이즈 등 창업 방법 △현장실습과 벤치마킹 등 세분화된 교육을 집중 받는다.

창업 이후에도 매장관리,홍보 및 마케팅,생산성 향상 프로그램 등이 제공된다.

은퇴를 결정한 경우는 퇴직 후 재무관리 방법,여가활동 방안,건광관리 방법,가족관계 대처요령 등 노후 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받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 한국전력 등 몇몇 대기업이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상설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은 JM커리어,DBM,리헥트해리슨,라이트 등 전문 컨설팅업체가 위탁교육을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노동부 산업자원부 등은 이들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력관리 담당자는 "구조조정을 앞둔 기업들은 퇴직 대상자에게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을 받을지,대신 한두 달치 명예퇴직 위로금을 더 받을지 의견을 청취해 보는 경우가 많다"며 "인생을 길게 보면 명퇴위로금을 받겠다고 버티기보다는 아웃플레이스먼트 교육을 요구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 기획취재팀 현승윤 경제부차장(팀장) 유병연 경제부 이상열 산업부 김동윤 과학벤처중기부 이호기 사회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