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에 맞서 재래시장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재래시장 상품권 사업이 겉돌고 있다.

상품권 수수료에 대한 상인들의 부담과 소비자들의 시큰둥한 반응 등으로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과에 머물고 있는 것. 1999년 7월 경남 진해에 처음으로 상품권이 등장한 이후 재래시장 상품권제도를 도입한 곳은 부산,인천 등 광역시를 포함해 25개 지자체로 늘어났다.

그러나 백화점 등의 상품권과 달리 구매한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상품권 금액의 70% 이상을 사야 현금으로 거슬러주는 불편함 등으로 시장상인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겉도는 재래시장 상품권

인천시내 56개 재래시장 중 32곳(5000여 점포)에서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 다음 달부터는 부평역 등 인천 시내 지하상가 열다섯 군데 3600여점포에서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가맹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32곳 가맹 시장 안에서도 상인 간의 뜻이 엇갈려 상품권을 받지 않는 점포 수가 절반가량된다.

인천시내 상품권은 지난 9월1일 발행 이후 28일 현재 12억원어치가 팔렸다. 인천시내 상품권 지정 취급처인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지난 △9월 10억원 △10월 1억6000만원 △11월 4000만원가량이 팔렸다고 밝혔다. 추석을 앞둔 9월에 반짝 팔린 뒤론 확 줄어든 것. 인천시 남동구 모래내시장 초입에 위치한 은영야채의 김지은 사장은 "상품권은 지난 추석 때나 잠깐 돌았을 뿐 지금은 하루에 한 장도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내 재래시장(300여 점포)도 작년 7월부터 상품권을 도입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올 들어 이달 현재 2억원어치만 팔려 천안시가 목표로 한 연간 판매목표액인 7억원의 3분의 1에도 못치고 있다.

◆왜 정착 못하나?

재래시장 상인들은 상품권 액면가의 1~3%를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회수한다. 인천시 재래시장은 상품권의 수수료 3% 중 1.5%는 상품권 재발행이나 홍보비 명목으로 인천시장상인연합회가 적립하고 있고,나머지 1.5%는 상품권 운영비 등으로 새마을금고가 공제한다.

이런 수수료 부담을 들어 상품권 취급을 거부하는 상점이 적지 않다. 인천시 남구 학익시장의 서해농산 정미려 사장은 "1000~2000원어치 파는 야채가게에서 기껏해야 몇 백원 남는데 3%의 수수료까지 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렇게 상품권 유통이 제한되면서 시장을 찾는 고객들 역시 상품권 구입을 외면하는 상태다.

김성철 인천시장상인연합회 회장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상품권 수수료를 인천시가 부담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며 "상품권을 받아들여야 재래시장이 살 수 있다는 걸 시장 상인들에게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제,쿠폰제 병행으로 활로 모색

상품권제도의 한계를 절감,할인제나 쿠폰제를 병행하는 시장도 생겼다. 창원의 재래시장은 지난 6월부터 재래시장으로는 처음 '상품권 5% 할인판매'에 나섰다. 5000원 상품권을 4750원에 살 수 있는 것. 지난 5월 상품권 판매액은 730만원 정도였으나 6월엔 29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팔렸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제일골목시장은 작년 8월부터 상품권과 쿠폰을 함께 발행하고 있다. 현금이건 상품권이건 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쿠폰을 주고 3000원(쿠폰 30장)어치를 모아서 가져오면 시장 내 모든 상점에서 라면을,5000원 이상이면 상품권으로 바꿔주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