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지속된 달러대비 원화 환율 하락과 고유가 등으로 인해 우리 수출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 채산성마저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수출기업들은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사상 처음으로 수출 3000억달러, 무역규모 600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지난 10월까지 수출액은 모두 2662억달러.

원화 강세 및 고유가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주력 품목이 호조를 보인 덕분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3%나 늘어났다.


한국무역협회는 "이 상태대로라면 수출액은 연말까지 32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올들어 홍콩의 수출증가율이 8.6%에 그친 만큼 우리나라가 홍콩을 제치고 세계 11대 수출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우리나라가 2844억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데 그쳐 홍콩(2921억달러)에 근소한 차이로 밀렸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수출국은 9699억달러를 수출한 독일이었으며,미국(9044억달러) 중국(7620억달러) 일본(5949억달러) 프랑스(4602억달러) 네덜란드(4024억달러) 영국(3828억달러) 이탈리아(3672억달러) 캐나다(3594억달러) 벨기에(3343억달러) 순이었다.

우리나라가 올해 원화 강세 등 최악의 대외여건에도 불구하고 두자릿수 수출증가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등 주력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1~10월 중 작년보다 18.5%나 늘어난 297억달러 어치가 해외로 팔려나갔으며,자동차(262억달러)와 선박(178억달러)도 각각 11.3%와 20.3% 증가했다.

석유제품(172억달러)의 경우 고유가 여파로 무려 41.7%나 급증했다.

지역적으로는 멕시코 인도 러시아 등 신흥 성장국가에 대한 수출 증가가 큰 힘이 됐다.

이들 3개국에 대한 수출규모는 올 10월까지 143억달러로 2003년 한해 수출물량(71억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은 작년에 이어 중국(569억달러) EU(398억달러)였으며,미국(354억달러) 아세안국가(262억달러) 일본(218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2000억달러 고지를 넘은 지 2년 만에 3000억달러를 돌파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독일 중국 벨기에밖에 없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국가"라고 말했다.

실제 지금까지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한 10개국이 수출 2000억달러에서 3000억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5.9년이었다.

특히 이들 10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9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 이상이란 점에서,이번 수출 3000억달러 진입은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1만달러대(2005년 1만6291달러)인 한국이 조만간 국민소득 2만달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우리나라의 수입규모는 2550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9.6% 증가했다.

고유가로 인해 원자재 수입금액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10월까지 수출입을 합한 무역규모는 이미 5000억달러를 넘었으며,무역수지 흑자는 11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한국을 먹여살릴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미국 등 주요 교역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성공적으로 체결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