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공정위의 위험한 칼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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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 유통전문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프랜차이즈 기업(가맹본부)들에 칼을 빼들었다. 기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하지 않으면 가맹점 모집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정보공개서에 '거짓 내용'을 기재하거나 필요한 사항을 적지 않은 경우에는 등록을 거부하거나 내용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거짓인지 여부와 부실 기재 여부 판단은 물론 공정위가 하게 된다.
사실 등록제는 매우 앞선 제도이다. 프랜차이즈 선진국인 미국은 모두 14개 주에서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도 등록제의 틀 안에서 활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그런 시점인지는 의문이다.
프랜차이즈 역사가 미국에 비해 80년 이상 뒤떨어진 나라에서 선진제도만 들여왔다고 시장이 잘 굴러가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순진무구한 생각이다. 미처 크지도 않은 '시장의 싹'은 죽어버리고 칼자루를 쥔 쪽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구태가 반복될 것이란 얘기다.
이런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공정위의 모토인 '착하게 삽시다' 철학이 반영돼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맹본부는 '갑'이자 잠재적 가해자,가맹점 사업자는 '을'이자 잠재적 피해자란 생각이 법률 개정안 전면에 깔려 있다는 게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가맹점 사업자들이 단체를 만들어 가맹본부에 대항토록 한 신설 규정(14조2항)도 프랜차이즈 기업에는 핵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가맹점 사업자가 세력을 규합해 본부를 뒤흔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가맹점 사업자 단체가 할 수 없는 행위를 두 가지 규정해 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 가맹점 사업자들이 세력을 모아 본부와 갈등을 일으켰던 컴퓨터수리업체 C사와 외식업체 J사는 올해 문을 닫았다. 본부 없이 굴러가는 가맹점의 결과가 어떻게 귀착되는 지는 한때 PC방의 대표 브랜드였던 C사의 경우가 대변해주고 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 본부와 가맹점은 별개의 사업자이면서 공동운명체인 독특한 관계이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맹목적인 개입과 규제가 설득력을 잃은 것은 이미 9년 전이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며 큰소리 치던 정부부문은 1997년 12월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책임을 민간부문에 떠넘기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지금도 악습은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정부 의도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도 잘못된 패러다임에 대한 시장의 반란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하나가 종업원 2명씩만 더 고용해도 실업자 50만명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은 고용 창출은 물론이고 자영업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가맹사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느닷없이 등록제를 들고나와 프랜차이즈 시장을 재단할 태세다. '착하게 살자는데 누가 뭐라고 할까'란 오만에서 출발한 발상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cdkang@hankyung.com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프랜차이즈 기업(가맹본부)들에 칼을 빼들었다. 기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하지 않으면 가맹점 모집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정보공개서에 '거짓 내용'을 기재하거나 필요한 사항을 적지 않은 경우에는 등록을 거부하거나 내용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거짓인지 여부와 부실 기재 여부 판단은 물론 공정위가 하게 된다.
사실 등록제는 매우 앞선 제도이다. 프랜차이즈 선진국인 미국은 모두 14개 주에서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도 등록제의 틀 안에서 활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그런 시점인지는 의문이다.
프랜차이즈 역사가 미국에 비해 80년 이상 뒤떨어진 나라에서 선진제도만 들여왔다고 시장이 잘 굴러가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순진무구한 생각이다. 미처 크지도 않은 '시장의 싹'은 죽어버리고 칼자루를 쥔 쪽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구태가 반복될 것이란 얘기다.
이런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공정위의 모토인 '착하게 삽시다' 철학이 반영돼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맹본부는 '갑'이자 잠재적 가해자,가맹점 사업자는 '을'이자 잠재적 피해자란 생각이 법률 개정안 전면에 깔려 있다는 게 프랜차이즈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가맹점 사업자들이 단체를 만들어 가맹본부에 대항토록 한 신설 규정(14조2항)도 프랜차이즈 기업에는 핵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가맹점 사업자가 세력을 규합해 본부를 뒤흔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가맹점 사업자 단체가 할 수 없는 행위를 두 가지 규정해 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 가맹점 사업자들이 세력을 모아 본부와 갈등을 일으켰던 컴퓨터수리업체 C사와 외식업체 J사는 올해 문을 닫았다. 본부 없이 굴러가는 가맹점의 결과가 어떻게 귀착되는 지는 한때 PC방의 대표 브랜드였던 C사의 경우가 대변해주고 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시스템에서 본부와 가맹점은 별개의 사업자이면서 공동운명체인 독특한 관계이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맹목적인 개입과 규제가 설득력을 잃은 것은 이미 9년 전이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며 큰소리 치던 정부부문은 1997년 12월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책임을 민간부문에 떠넘기는 것만은 잊지 않았다. 지금도 악습은 반복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정부 의도와 거꾸로 가고 있는 것도 잘못된 패러다임에 대한 시장의 반란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하나가 종업원 2명씩만 더 고용해도 실업자 50만명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은 고용 창출은 물론이고 자영업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가맹사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느닷없이 등록제를 들고나와 프랜차이즈 시장을 재단할 태세다. '착하게 살자는데 누가 뭐라고 할까'란 오만에서 출발한 발상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