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실업(대표 박광진)은 신기술로 악취 및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제거하는 장치를 개발해 국내 환경산업을 한 단계 높인 떠오르는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미생물 담체 및 간헐식 순환용액을 이용한 악취 및 VOCs제거장치(일명 미생물탈취기)는 1999년 건설교통부로부터 신기술지정 보호기간을 6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보통 신기술인증 보호기간이 3년인데 6년을 지정한 것은 세계적인 기술로 보호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신제품(NEP) 인증도 받았다.

특히 이 기술은 지난해 세계적 과학전문 출판사인 독일 스프링거사가 발행한 과학전문 생물공학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기술은 하수·분뇨처리장 및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VOCs를 동시에 제거하는 기술로 온도 습도 pH 공기량 등을 자동조절해 최적의 미생물 농도유지 및 분해속도를 증가시켜 기능을 높였다.

악취 및 VOCs를 담채에 흡착·흡수시키고 미생물 반응으로 무해물질(CO₂, H₂O)로 분해 배출해 처리한다.

미생물탈취기는 서울 서남하수처리장을 비롯 보라매공원 쓰레기집하장,난지하수처리장,부산 수영음식물처리장,파주 축분혼합시설 등 수십 곳에 설치됐다.

박광진 대표는 "내년도 사업으로 수주한 물량만 230억원대에 이른다"며 "사업 초기 현장을 쫓아다니며 애걸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수요처에서 우리 회사를 찾아와 복걸하는 처지로 뒤바꼈다"고 말했다.

1978년부터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던 박광진 대표가 환경사업에 눈을 돌린 것은 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날 즈음이다.

이 때 독일 출장을 갔다가 수처리사업이 부상하고 있는 것을 보고 수처리기계를 수입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잘 되자 박 대표는 아예 광고기획사를 매각하고 92년 한기실업을 설립,환경사업에 매달렸다.

독자기술을 확보한 세계적 환경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게 박 대표의 포부였다.

하지만 4년 남짓 돈을 쏟아부었는 데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고민에 빠졌던 박 대표는 러시아 전문가를 만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박 대표는 "러시아 핵잠수함이 미국 핵잠수함보다 2배 이상 오래 잠수할 수 있는 것은 미생물을 이용해 실내공기를 정화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 기술을 적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대표는 러시아를 수도없이 다니며 어렵사리 전문가를 찾아내 공동연구를 실행했다.

러시아 생물학자 주코프 비탈리 박사는 98년부터 2004년까지 연구에 참여한 대표 연구원이다.

7년 동안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은 자금만 42억여원.미생물탈취기를 99년에 수지 하수종말처리장에 처음 설치한 이후 매년 꾸준히 수주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중국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박 대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맞춰 중국 정부가 환경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수출전망이 밝다"며"현재 중국의 한 업체와 협상하고 있는데 내년 한 해에만 최소한 500만달러 규모의 수출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광진 대표는 지난달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에 선정됐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