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서비스산업이다] (3) 영국‥디자인 전문회사만 4000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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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템스강변.10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원형 구조물이 눈에 띈다.
런던 아이(London Eye)라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회전관람차.지어진 지 수백년 된 고풍스런 건물들을 배경으로 다소 엉뚱하게,하지만 조화롭게 솟아 있다.
런던 아이는 1999년 영국 정부가 뉴밀레니엄의 출발을 기념해 16개월에 걸쳐 1700명의 인원을 투입해 제작한 대형 프로젝트.파리의 에펠탑과 대비되는 런던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제조업을 대신해 창조 산업(Creative Industry)을 육성하려는 영국 정부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런던 아이에서 2층 버스를 타고 20분.릴리로드에는 이 같은 영국 산업 구조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세계적 디자인 전문회사(design consultancy) 시무어파월(Seymourpowell)이 위치해 있다.
데이비드 피셔 디자인 디렉터는 "삼성과 LG를 포함한 세계적인 기업들을 상대로 아이디어와 디자인,이를 토대로 한 경영 전략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보통 1년에 300만~400만파운드(약 50억~7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딕 파월 사장은 "기업 내부의 디자이너는 TV 디자인을 맡으면 30년 동안 TV만 디자인한다"며 "디자인 전문회사는 이와 달리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무어파월과 함께 대표적인 디자인 전문회사로 꼽히는 탠저린(Tangerine)의 매트 라운드 이사는 "영국은 전 세계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경험과 힘을 갖고 있다"며 "특히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젊은 예술가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어서 디자인과 같은 창조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시장이 큰 미국에서도 디자인이 산업적으로 발달했지만 그 근본은 영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의 디자인 기업인 IDEO는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국에는 시무어파월과 탠저린 같은 디자인 전문회사만 400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이 회사들이 올린 매출은 총 46억파운드.우리나라 돈으로 약 8조원이다.
2004년 39억파운드에 비해 18%나 늘어난 것이다.
영국에는 또 7만1000여명이 디자인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디자인을 포함한 연극 문학 등 창조산업이 GDP의 8%를 차지한다.
크리스틴 루스캇 영국 무역투자청 국장(영국 디자인정책 어드바이서)은 "영국에서 디자인은 금융 산업 다음으로 중요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기반이 완전히 사라진 영국으로선 디자인과 같은 아이디어를 수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그는 "다른 산업들은 3%씩 성장하는 데 비해 디자인 산업은 매년 6%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디자인 산업이 이같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던 건 마가렛 대처 전 총리부터 이어진 강력한 디자인 진흥 정책 덕분이다.
대처 전 총리는 1980년대 초반 영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하지 않으면 사임하라(Desgin or resign)"며 창조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이후 토니 블레어 현 총리도 1997년 '멋진 영국(Cool Britai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디자인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영국의 디자인 진흥 정책은 뚜렷하게 문서화된 정책이 없다는 게 특징.재정적 지원도 거의 없다.
다만 국내에는 제조업 기반이 없기 때문에 해외의 제조업체들과 영국의 디자인 회사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산업무역부(DTI) 디자인카운슬 등 6개 정부부처는 기업들과 함께 1년에 4차례씩 모여 수출 전략을 세운다.
이를 토대로 별도의 팀(Industry working group)을 구성,해외에서 '영국 디자인 로드쇼'를 개최하기도 한다.
영국이 디자인 산업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디자인 교육에 대한 남다른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단적으로 영국에서는 11살이 되면 'Design & Tech'라는 과목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디자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왕립예술학교(RCA)나 센트럴세인트마틴과 같은 디자인 학교들은 따라서 기초과정이 1년에 불과하다.
실무를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조너선 바렛 센트럴세인트마틴 디자인대학 학장은 "디자인 학교는 사실 가르치기보다는 시장을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디자인 학교는 실제 기업들과 연계한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자인 전문회사인 탠저린의 마틴 다비셔 사장이 센트럴세인트마틴의 명예교수이며 시무어파월의 딕 파월 대표가 RCA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식이다.
특히 RCA는 학생이 자동차 업체와 함께 디자인한 자동차 디자인 샘플을 졸업작품으로 내놓을 만큼 기업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이 훌륭한 프로그램을 갖춘 영국의 디자인 학교들에는 유능한 젊은 학생들을 끌어 모아 영국이 디자인 허브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센트럴세인트마틴의 학생 중 영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의 35%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다.
런던=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런던 아이(London Eye)라 불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회전관람차.지어진 지 수백년 된 고풍스런 건물들을 배경으로 다소 엉뚱하게,하지만 조화롭게 솟아 있다.
런던 아이는 1999년 영국 정부가 뉴밀레니엄의 출발을 기념해 16개월에 걸쳐 1700명의 인원을 투입해 제작한 대형 프로젝트.파리의 에펠탑과 대비되는 런던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제조업을 대신해 창조 산업(Creative Industry)을 육성하려는 영국 정부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런던 아이에서 2층 버스를 타고 20분.릴리로드에는 이 같은 영국 산업 구조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세계적 디자인 전문회사(design consultancy) 시무어파월(Seymourpowell)이 위치해 있다.
데이비드 피셔 디자인 디렉터는 "삼성과 LG를 포함한 세계적인 기업들을 상대로 아이디어와 디자인,이를 토대로 한 경영 전략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보통 1년에 300만~400만파운드(약 50억~7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딕 파월 사장은 "기업 내부의 디자이너는 TV 디자인을 맡으면 30년 동안 TV만 디자인한다"며 "디자인 전문회사는 이와 달리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무어파월과 함께 대표적인 디자인 전문회사로 꼽히는 탠저린(Tangerine)의 매트 라운드 이사는 "영국은 전 세계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경험과 힘을 갖고 있다"며 "특히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젊은 예술가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어서 디자인과 같은 창조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시장이 큰 미국에서도 디자인이 산업적으로 발달했지만 그 근본은 영국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의 디자인 기업인 IDEO는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국에는 시무어파월과 탠저린 같은 디자인 전문회사만 400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이 회사들이 올린 매출은 총 46억파운드.우리나라 돈으로 약 8조원이다.
2004년 39억파운드에 비해 18%나 늘어난 것이다.
영국에는 또 7만1000여명이 디자인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디자인을 포함한 연극 문학 등 창조산업이 GDP의 8%를 차지한다.
크리스틴 루스캇 영국 무역투자청 국장(영국 디자인정책 어드바이서)은 "영국에서 디자인은 금융 산업 다음으로 중요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기반이 완전히 사라진 영국으로선 디자인과 같은 아이디어를 수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그는 "다른 산업들은 3%씩 성장하는 데 비해 디자인 산업은 매년 6%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디자인 산업이 이같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던 건 마가렛 대처 전 총리부터 이어진 강력한 디자인 진흥 정책 덕분이다.
대처 전 총리는 1980년대 초반 영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하지 않으면 사임하라(Desgin or resign)"며 창조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이후 토니 블레어 현 총리도 1997년 '멋진 영국(Cool Britai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디자인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영국의 디자인 진흥 정책은 뚜렷하게 문서화된 정책이 없다는 게 특징.재정적 지원도 거의 없다.
다만 국내에는 제조업 기반이 없기 때문에 해외의 제조업체들과 영국의 디자인 회사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산업무역부(DTI) 디자인카운슬 등 6개 정부부처는 기업들과 함께 1년에 4차례씩 모여 수출 전략을 세운다.
이를 토대로 별도의 팀(Industry working group)을 구성,해외에서 '영국 디자인 로드쇼'를 개최하기도 한다.
영국이 디자인 산업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디자인 교육에 대한 남다른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단적으로 영국에서는 11살이 되면 'Design & Tech'라는 과목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의무적으로 디자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왕립예술학교(RCA)나 센트럴세인트마틴과 같은 디자인 학교들은 따라서 기초과정이 1년에 불과하다.
실무를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조너선 바렛 센트럴세인트마틴 디자인대학 학장은 "디자인 학교는 사실 가르치기보다는 시장을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디자인 학교는 실제 기업들과 연계한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디자인 전문회사인 탠저린의 마틴 다비셔 사장이 센트럴세인트마틴의 명예교수이며 시무어파월의 딕 파월 대표가 RCA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식이다.
특히 RCA는 학생이 자동차 업체와 함께 디자인한 자동차 디자인 샘플을 졸업작품으로 내놓을 만큼 기업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같이 훌륭한 프로그램을 갖춘 영국의 디자인 학교들에는 유능한 젊은 학생들을 끌어 모아 영국이 디자인 허브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센트럴세인트마틴의 학생 중 영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체의 35%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다.
런던=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