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렛팩커드(HP)의 데이터시스템 본부장이던 R W 앤더슨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업체 3개사와 일본의 3개사로부터 반도체칩을 수집해 고장률을 조사해봤다.

이 결과 미국 제품의 품질이 일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첫 성능검사에서 일본제품의 고장률은 제로였는데 미국제품의 고장률은 1.2%에 달했다.

더욱이 1000시간을 사용한 뒤 일본제품은 1000개 중 1개가 고장 났으나 미국제품은 27개나 고장났다.

이 사실에 대해 미국의 반도체업체들은 충격을 받았다.

1980년에 일어난 일이다.

이때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이 자기들의 생산품 중에서 최상급품만을 골라서 미국에 수출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기업들은 기초적인 품질경영시스템에서 미국이 일본에 뒤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미국의 품질경영 전문가인 J M 주란은 "일본이 미국에 비해 품질 우위를 차지하게 된 요인은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참여 덕분이다.

이제 미국도 최고경영자가 품질경영을 제대로 수행해야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품질경영은 바로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참여 없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1987년에 미국에서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상(MBNQA)이 제정되면서 미국기업들도 품질경영을 경쟁적으로 도입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제 품질경영은 통계적 품질관리와 품질보증만으로 수행하는데엔 문제점이 많다.

왜냐하면 품질경영은 기업내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품질의 수준이 수용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는 기업내부가 아니라 고객들이 판단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제조공정이 아무리 우수하다 하더라도 품질경영이 잘됐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물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시 가격보다 품질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비율이 1978년에는 30%에 불과하였으나 2000년 이후에는 80%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고객위주의 품질경영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을 선정,품질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에서 품질경쟁력 우수기업을 선정한 취지는 무엇보다 고객 지향적 품질경영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또 품질경영 향상을 위한 최선의 실행방법을 개발하고 이 노하우를 공유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산업발전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기업경영의 핵심적 가치를 품질경쟁력 강화에 두고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전반적인 품질경영의 가치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평가제도로 꼽히고 있다.

이 제도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졌다.

첫째는 기업의 품질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가진단을 가졌다.

품질경쟁력의 평가모형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평가대상으로 한다.

경쟁력은 다시 품질경영시스템과 품질경영활동으로 나누어 평가한다.

실제 기업에서 적용하는 다양한 품질혁신활동과 기법에 대해 자로 재듯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스스로 자기 점수를 측정해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둘째로 이 제도는 단 한번의 포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올해 우수기업으로 뽑힌 기업이 내년에도 다시 우수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는 연속성을 가졌다.

특히 유니슨과 한국OSG는 10회 연속 수상했다.

따라서 자기 회사의 품질수준을 매년 평가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