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지역주민들의 합의만으로 여관 피시방 등 각종 기피시설의 건축을 제한할 수 있는 '건축협정 제도'를 도입한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중 조례를 제정해 이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건축협정은 재산권을 갖고 있는 주민의 상당수가 합의할 경우 러브호텔이나 피시방 등 특정 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것.원래 1950년대 일본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 주거환경을 관리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입법이 추진됐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종교시설 등 일부 시설에 예외를 두는 것이 논란이 돼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시 건축과 관계자는 "일정 비율 이상의 주민들이 서로 합의해 '우리 동네엔 이런 시설을 짓지 말자'고 협정을 마련해 오면 시가 이를 인정해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교육 환경을 위해 피시방 여관 등을 못 짓도록 하자거나 쾌적한 주거 환경 보존 차원에서 다가구주택 신축을 금지하고 일정 층수 이상으로는 지을 수 없도록 하자는 식이다.

그러나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집단 이기주의로 기피하는 시설은 협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각 자치구는 이렇게 시로부터 인정받은 협정을 근거로 제한된 시설의 건축허가를 불허할 수 있다.

시 건축과 관계자는 "아직 시안을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추후 최종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주민동의율,제한가능한 있는 시설이나 업종 등과 같은 세부사항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건축협정을 활용하려는 주민들에게는 전문가를 보내 디자인이나 환경정비사업 등을 지원해 줄 방침이다.

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세 등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내용이 아니므로 정식 법률 제정 절차가 없더라도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건축협정 조례의 시안을 마련한 목정훈 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열린 세미나에서 "2002년부터 3년간 서울시 건축 관련 민원을 분석하면 68%가 공사 관련 분진·소음 등에 대한 불만이었고 나머지 민원 중 80% 이상이 특정용도 시설의 입지와 관련된 민원이었다"고 지적했다.

목 연구위원은 또 "현행 건축법이나 국토계획법만으로는 주거지역에 위해를 주는 시설을 효과적으로 막기 힘들다"며 "건축협정 조례가 제정되면 주민 합의를 통해 건축물의 외관이나 형태 용도 옥외광고물 등을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