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교수 "정보통합 귀재 茶山은 최고의 논술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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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유배지에서 500권의 저술을 남긴 다산 정약용은 지식·정보경영의 대가였습니다. 18세기 지식인 사회와 지금의 정보화 사회는 놀랄 만큼 닮았는데,방대한 자료 속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고 핵심가치를 재구성해낸 다산이야말로 최고의 정보CEO요 탁월한 논술선생이죠."
'미쳐야 미친다''비슷한 것은 가짜다' 등으로 교양인문서의 베스트셀러 시대를 연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45·한문학)가 다산 정약용의 공부법을 정리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612쪽,2만5000원)을 펴냈다.
정 교수는 "다산이 그 많은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자료를 필요에 따라 분석하고 통합하는 정보 조직의 귀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산은 뛰어난 행정가와 시인이었으며 예학,경학,교육학,사학,법학,지리학 등의 인문사회 전 분야를 넘어 화성 축성과 기중기 제작 등 토목·기계공학까지 아우른 전방위적 지식경영자였다.
정 교수는 이 책에서 다산의 공부법 10개를 큰 줄기로 정리하고 세분화된 방법론 5개를 각각 덧붙였다.
'메모하고 따져보라''토론하고 논쟁하라''설득력을 강화하라''적용하고 실천하라''권위를 딛고 서라''과정을 단축하라''정취를 곁들여라''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등의 '다산치학 10강(綱)에 '여박총피법'(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분수득의법'(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등 50개의 지식경영법 노하우를 곁들인 것.
그는 다산의 '식목연표 발문'(跋植木年表)이라는 글을 통해 '정보를 조직하라-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아라'는 가르침을 일깨운다.
정조가 화성 신도시 건립에 착수하고 수원,광주,용인 등 여덟 고을에 나무를 심도록 명한 이후 7년 간 쌓인 식목 보고문서가 수레에 가득 싣고도 남았는데 서류가 하도 많고 복잡해서 어느 고을이 무슨 나무를 심었는지,몇 그루나 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 때 정조의 명에 따라 그 자료를 정리하고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한 다산은 가로 열두 칸,세로 여덟 칸의 도표를 만들어 칸마다 수량을 적고 총수를 헤아렸다.
그랬더니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 등이 모두 1200만9772그루였다.
산더미 같은 서류를 단 한 장의 도표로 정리한 것을 보고 정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 교수는 이를 "작업의 핵심가치에 맞게 자료를 나누고 분석해낸 다산식 지식경영의 쾌거"라고 말한다.
그는 또 다산의 '천자문 공부법'을 예로 들며 '단계별로 학습하라'는 지침과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는 촉류방통법'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당시 아이들은 '천지현황'(天地玄黃: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으로 시작되는 천자문 공부를 지겨워했다.
하늘은 푸른데 검다고 하니 연결이 되지 않고,'천지' 다음엔 '일월''성신' 같이 연결되는 글자를 배워야 하는데 '현황'이 나오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다산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 연쇄적으로 가르치는 '아학편'(兒學編)을 지었다.
맑을 청(淸)자로 흐릴 탁(濁)자를 깨우치고 가까울 근(近)으로 멀 원(遠)자를 터득하며 얕을 천(淺)으로 깊을 심(深)을 알게 한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1년간 미국 프린스턴대학 고고미술사도서관과 동아시아도서관에 살다시피하며 안식년의 대부분을 다산과 함께 호흡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며 "모든 작업과정에 다산의 방식을 그대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유배지에서 공부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떼지 않았던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던 다산의 집념과 열정을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지식·정보경영의 패러다임으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미쳐야 미친다''비슷한 것은 가짜다' 등으로 교양인문서의 베스트셀러 시대를 연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45·한문학)가 다산 정약용의 공부법을 정리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612쪽,2만5000원)을 펴냈다.
정 교수는 "다산이 그 많은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자료를 필요에 따라 분석하고 통합하는 정보 조직의 귀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산은 뛰어난 행정가와 시인이었으며 예학,경학,교육학,사학,법학,지리학 등의 인문사회 전 분야를 넘어 화성 축성과 기중기 제작 등 토목·기계공학까지 아우른 전방위적 지식경영자였다.
정 교수는 이 책에서 다산의 공부법 10개를 큰 줄기로 정리하고 세분화된 방법론 5개를 각각 덧붙였다.
'메모하고 따져보라''토론하고 논쟁하라''설득력을 강화하라''적용하고 실천하라''권위를 딛고 서라''과정을 단축하라''정취를 곁들여라''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등의 '다산치학 10강(綱)에 '여박총피법'(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분수득의법'(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등 50개의 지식경영법 노하우를 곁들인 것.
그는 다산의 '식목연표 발문'(跋植木年表)이라는 글을 통해 '정보를 조직하라-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아라'는 가르침을 일깨운다.
정조가 화성 신도시 건립에 착수하고 수원,광주,용인 등 여덟 고을에 나무를 심도록 명한 이후 7년 간 쌓인 식목 보고문서가 수레에 가득 싣고도 남았는데 서류가 하도 많고 복잡해서 어느 고을이 무슨 나무를 심었는지,몇 그루나 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이 때 정조의 명에 따라 그 자료를 정리하고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한 다산은 가로 열두 칸,세로 여덟 칸의 도표를 만들어 칸마다 수량을 적고 총수를 헤아렸다.
그랬더니 소나무와 상수리 나무 등이 모두 1200만9772그루였다.
산더미 같은 서류를 단 한 장의 도표로 정리한 것을 보고 정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 교수는 이를 "작업의 핵심가치에 맞게 자료를 나누고 분석해낸 다산식 지식경영의 쾌거"라고 말한다.
그는 또 다산의 '천자문 공부법'을 예로 들며 '단계별로 학습하라'는 지침과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는 촉류방통법'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당시 아이들은 '천지현황'(天地玄黃: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으로 시작되는 천자문 공부를 지겨워했다.
하늘은 푸른데 검다고 하니 연결이 되지 않고,'천지' 다음엔 '일월''성신' 같이 연결되는 글자를 배워야 하는데 '현황'이 나오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다산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 연쇄적으로 가르치는 '아학편'(兒學編)을 지었다.
맑을 청(淸)자로 흐릴 탁(濁)자를 깨우치고 가까울 근(近)으로 멀 원(遠)자를 터득하며 얕을 천(淺)으로 깊을 심(深)을 알게 한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 1년간 미국 프린스턴대학 고고미술사도서관과 동아시아도서관에 살다시피하며 안식년의 대부분을 다산과 함께 호흡한 결과물이 이 책"이라며 "모든 작업과정에 다산의 방식을 그대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유배지에서 공부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떼지 않았던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던 다산의 집념과 열정을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지식·정보경영의 패러다임으로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