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權澤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지금은 디지털시대다. 기존의 규칙이나 질서가 붕괴되고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돼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기업은 이제 한 가지 경쟁원천에만 장기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경쟁원천을 창출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과거의 틀을 벗어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경쟁원천을 발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래서 많은 미래 학자들이 창조력과 유연한 사고를 갖춘 인재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정도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경영은 사람경영이다. 먼저 사람을 생각하고 전략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MS의 회장 빌 게이츠도 "핵심인재가 없다면 MS는 평범한 기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우수한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용 비행기까지 동원하는 정도다.

우수인재의 확보와 유치를 위한 인재전쟁은 기업들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주요국가들이 정부가 나서서 인재 유치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월에 '111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100위권 내 대학과 연구소의 석학(碩學) 1000여명을 초빙해 중국 내 상위 100위권 대학에 10명 정도씩 배치해 세계 최고의 연구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일본도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1990년대보다 2배 이상의 재원을 마련해 글로벌 일류인재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러한 글로벌 인재전쟁시대에 과연 우리 기업과 정부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먼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우수인재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6년 두뇌유출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4.91로 조사대상국 58개국 가운데 38위다. 4보다 작으면 두뇌유출이 심각한 수준임을 의미하는데,그것을 간신히 모면한 정도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 고급인력들에게 매력있는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내에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기업의 투자의욕을 제고하고 해외로 나가려는 우리 기업들의 발길을 되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적극적인 기업환경 개선과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 일류기업의 지역본사와 연구소도 국내로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업들은 우수인재를 확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계 일류기업들은 임직원의 역량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성장기회 제공과 체계적인 성과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기업들은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데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수인재를 확보하더라도 기업에 잘 적응시키고 양성하지 못하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핵심인재 양성과 후계자 승계(承繼) 프로그램 및 리더십 파이프라인 등과 같은 육성프로그램을 갖추고 경영리더를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셋째, 지역과 인종을 넘어 인재를 다양하게 뽑아야 한다. 이제 인재의 글로벌 이동은 막을 수 없는 대세다. 이문화(異文化)를 폭넓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떤 기업도 세계 일류기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진정한 세계 일류기업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수인재의 확보 대상을 한국인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외국인까지 포함해야 한다. 지역적으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교육받은 인력을 넘어서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력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196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어느 나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30년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그 바탕에는 양질(良質)의 인력과 잘 살아보자는 도전의욕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시 한번 인재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